8·2부동산대책이 바꿔놓은 분양시장 풍경.."상담시간 3배로 늘어"

이성희 기자 2017. 8. 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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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청약·대출·세금 등 3중 규제가 총망라된 ‘8·2 부동산대책’으로 분양시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견본주택 밖까지 길게 줄을 섰던 대기행렬이 줄어든 대신 꼼꼼히 분양상담을 받는 방문객들이 늘었다. 통상 분양총액 중 60%까지 받을 수 있던 중도금 대출이 40%로 줄어 무턱대고 청약을 하기보다 자금조달 계획부터 따져보는 분위기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개포동에 마련된 ‘공덕SK리더스뷰’ 견본주택에는 6500여명(낮 12시 현재)이 몰렸다. 지난 11일 개장한 이후 3일간 누적 방문객 수는 총 1만4700여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공사인 SK건설이 지난 5월 분양한 ‘보라매SK뷰’ 견본주택에 개장 직후 첫 주말을 포함한 3일간 4만7000여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줄어든 규모다.

지난 11일 서울 개포동에 문을 연 ‘공덕SK리더스뷰’ 견본주택에서 예비청약자들이 분양 상담을 받고 있다. 이 주상복합 단지는 8·2 부동산대책으로 서울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지정된 이후 처음 나온 분양물량이다. |SK건설 제공

8·2대책 전만 해도 서울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이라면 견본주택 밖으로 100m 가량 줄을 섰지만, 공덕SK리더스뷰에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한 방문객들도 많았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 위치할 예정인 이 단지는 광화문·종로·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에서 가까워 분양 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던 곳이다. 그러나 8·2대책으로 서울이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되면서 투기수요가 일정 부분 걸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8·2대책 이전에는 상담 내용 중 대부분이 분양권 전매 관련이었는데, 요즘엔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이나 대출 가능 금액 등을 많이 물어본다”며 “예전엔 상담 1건당 소요 시간이 10분 미만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30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이 곳은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에서 처음 나온 분양 물량으로, 다음달부터 서울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경우 100% 청약 가점제가 실시되기 때문에 사실상 추첨제(25%)가 실시되는 마지막 단지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 중에는 청약 가점이 낮거나 새 아파트로 갈아타기 위한 1주택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맞벌이 부부 이모씨(36)는 “10월에 분양하는 다른 단지에 청약을 하려고 했는데 가점이 30점도 안돼 마음을 바꿨다”며 “25% 추첨에 희망을 걸고 여기에 청약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비청약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중도금 대출 한도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로 강화된다. 기존보다 10%포인트씩 낮아져 대출금액이 적어진 것이다. 특히 한 가구에 주담대를 받은 가구원이 있다면 LTV·DTI 비율은 30%로 더 줄게된다.

공덕SK리더스뷰도 당초 60%였던 중도금 대출을 40%로 줄였다. 이에 따라 계약금과 잔금을 포함한 분양총액의 60%를 은행 대출이 아닌 개인이 마련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주택시장도 실거주자들 위주로 실속소비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다만 새집으로 갈아타려는 교체수요는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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