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든든한 공약 재원 '세금 호황' 착시 효과는 없을까

세종=전슬기 기자 2017. 8. 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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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초과 세수 15조 예상세금 증가율 경상 성장률 2배비교 기준에 따라 다를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지난해와 올해 10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가 걷어들인 세금은 242조6000억원으로 지난 2015년 대비 11.3% 증가하면서 약 10조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 올해 상황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도 초과 세수가 약 15조원은 생기리라 예측하고 있다. 세금이 생각 보다 많이 걷히자 ‘세금 호황’은 문재인 정부의 든든한 공약 재원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60조원의 세수 자연 증가분을 공약 이행에 쓸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예상 보다 잘 걷히고 있는 세금

‘초과 세수’는 정부가 예측했던 전망치 보다 세금이 더 걷히는 걸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세금이 잘 걷히고 있는 건 맞다. 지난해 정부의 국세 수입 증가율은 경상 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 물가 상승률) 4.7%의 두 배 이상이었다. 경제가 커지면 세금이 자연스레 늘어나는데, 경제 성장 속도 보다 세금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이야기다.

출처=국회예산정책처

올해도 세수 호황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23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1~5월(111조 7000억원)보다 11조 2000억원 늘었다. 작년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세금이 잘 걷히고 있는 이유는 법인 이익 개선의 영향이 컸다. 국제 유가 하락과 비용 절감 등으로 상장 법인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 거래량이 지난 2015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지난 2016년에는 수도권 거래량이 양호하면서 양도 소득세가 예상 보다 많이 걷히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 환급금 규모가 줄어든 점도 세수에 도움이 됐다. 여기에 고소득자들의 임금이 관련 기간 동안 빠르게 올랐는데, 이에 대한 소득세 증세가 이뤄진 점도 영향을 줬다. 강한 세무 조사 등 국세청의 징세 행정 강화도 초과 세수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 전망치 작게 잡으면 세수 효과 커보여

출처=국회예산정책처

그러나 초과 세수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포함하고 있다. 초과 세수는 당초 전망치 보다 세금이 더 잘 걷히는 현상이다. 애초에 전망치를 작게 잡으면 당연히 세금이 더 들어오는 것 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정부의 전망치와 최종 들어온 세금이 다른 ‘세수 오차율’은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세수 오차율은 지난 2010년 4.1%에서 2012년 1.4%로 꾸준히 하락했으나 지난 2013년 7.2%로 급증했다. 초과 세수가 많이 들어온 지난해의 세수 오차율은 8.1%에 달했다.

따라서 최근 초과 세수 움직임은 세금이 잘 들어오는 경향이 있지만, 일정 부분은 정부가 애초에 보수적으로 세수를 전망해 세금이 더 들어오게 보이는 기저 효과도 반영돼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입 과소 추계로 발생한 초과 세수로 재정 지출을 늘리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2016 국세 수입 결산 분석’ 에서 해외 보고서를 인용해 “일시적인 세수 급등 이후 취해진 재정 지출의 증가 및 감세 등이 구조적인 재정 적자를 유발하고, 일시적 재정 수입 호조가 장기적으로는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 경상 성장률과 국세 수입 증가율 불일치

출처=국회예산정책처

경제 성장 속도 보다 세금 증가 속도가 빠른 부분도 일종의 ‘착시 효과’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이전에는 경상 성장률과 국세 수입 증가율이 동일한 방향성을 나타냈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세금이 걷힌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조금씩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GDP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주식·부동산 가격 변동, 내수와 수출간 성장의 기여도 차이, 소득 발생 시점과 세수 징수 시점 차이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예정처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세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자산 시장의 호황은 GDP 등 거시경제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GDP는 거래량의 증가를 포함하지만, 자산 가치의 상승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세금 징수의 상황을 보여주는 국세 통계는 두 부분 다 반영하고 있다. 또 최근 세수를 견인하고 있는 부동산 호황은 GDP의 건설 통계에 반영되지만, 그 비중이 10%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 소득 발생 시점과 세금 징수 시점이 차이가 나는 법인세도 경제 성장과 세수 증가율 속도 차이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흐름이 경제 성장 규모 보다 세금이 더 잘 걷힌다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세수를 예측할 때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지표를 참고하는데, 최종 세수가 펑크날 경우 비판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어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라며 “정부가 내년 예산안 규모를 크게 잡았는데, 그만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세수는 또 안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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