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8·2대책 6주만에 상승전환..실수요·재건축의 힘

김기정,정순우,김인오 2017. 9. 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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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곡점 맞은 서울 집값 ◆

8·2 부동산대책 시행 후 약세를 면치 못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6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4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9월 둘째주(5~11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올랐다. 7월 31일 기준 0.33%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8·2 대책 직후인 7일 기준 -0.03%로 돌아섰고 이후 5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구 중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낸 지역은 구로구(0.1%)와 송파구(0.09%)다. 구로구는 재건축 기대감에 신도림 역세권 아파트 중심으로 이사철 실수요가 더해져 상승했고, 송파구는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영향으로 보인다. 송파구는 같은 이유로 지난 4일에도 0.03% 오르며 8·2 대책 후 강남4구 중 처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송파구의 선전에 힘입어 강남4구 전체적으로도 전주 대비 0.01% 오르며 8·2 대책 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 강남3구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초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1% 하락했으며 강남구는 -0.07%에서 -0.03%로 낙폭이 줄었다. 강동구 역시 -0.08%에서 -0.03%로 낙폭이 축소됐다.

이 밖에 광진구(0.08%) 금천구(0.07%) 서대문구(0.06%) 성북구(0.05%) 종로구(0.05%) 등이 올랐고 성동구(-0.05%) 강서구(-0.03%) 노원구(-0.02%) 등은 내렸다. 전국 아파트값은 0.01% 올랐다. 수도권은 0.03% 올랐고, 지방은 0.02% 하락했다. 지난 5일 8·2 대책 후속 조치에서 새롭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는 일제히 상승폭이 축소됐다. 수성구가 0.25%에서 0.09%로 줄어 0.19%에서 0.16%로 줄어든 분당에 비해 충격이 큰 모습이었다. 지난주 보합을 기록했던 과천의 아파트값은 0.02% 내렸다.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전환한 것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시 평균 전세가율은 66.1%인 가운데 구로구(79.5%) 서대문구(78.4%) 광진구(75.9%) ,금천구(77.4%) 등이 80%에 육박하는 높은 전세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보합에서 금주 0.10%의 변동률을 보이면서 서울 25개구 중 상승폭이 가장 컸던 구로구는 신도림역 일대 역세권 중소형 85㎡ 미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세가 상승세다. 신도림동 대림1차 전용 59㎡형은 5층 이상을 기준으로 7월 실거래가가 4억4300만원이었다가 8월(4억3600만원) 잠시 주춤한 후 9월 4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호가는 4억7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신도림역 역세권인 영등포 대림동 현대1~3차와 신도림동 동아1~3차, 대림1차 등은 전용 59~84㎡형이 8·2 대책 이후에도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면서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분양을 받기 어려워진 30대 맞벌이 신혼 부부들의 매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역시 홍제동, 북아현동, 영천동 일대 역세권 단지들도 중소형을 중심으로 상승세다. 홍제한양·아현역푸르지오·독립문삼호 등의 호가가 1주 새 1000만~3500만원가량 올랐다. 홍제동 C공인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이달 들어 입주 매물을 찾는 실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자양동 우방리버파크와 광장동 삼성1차 등 역시 중소형이 2500만~3500만원가량 올랐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금천구도 독산동 일대를 중심으로 실수요가 따라붙는 모양새다. 독산동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입주한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는 총 1743가구임에도 불구하고 매물이 없다"며 "새 아파트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 2000년대 이후 입주한 단지들에 매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 대책 이후 계속된 낙폭이 둔화되면서 수요자들의 심리적 패닉도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의 보유세 인상 유보 입장과 함께 당분간 매수·매도자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남권은 8·2 대책 이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며 송파구 매매가를 끌어올렸다. 강남(-0.03%)·강동(-0.03%)·서초구(-0.01%) 등 다른 강남권 아파트값은 낙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 11층 물건은 7월 말 15억4000만원을 기록했지만 8월 14억6000만원으로 한 달 새 8000만원 떨어졌다가 이달 15억4000만원으로 다시 시세를 회복했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안 통과가 확정된 후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호가가 높아졌다"면서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별다른 악재가 없는 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 전환을 대세 상승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석 이후 내놓을 가계부채대책의 강도에 따라 시장이 또 한 번 출렁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 등 자산가들이 즉각적인 매매보다는 정부의 추가 대책을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도 "상승, 하락 등 시장의 방향성을 얘기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 "추석 이후 정부의 추가 대책에 따라 시장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정순우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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