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금수저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나?

국종환 기자 입력 2017. 10.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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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을 목표로 맞벌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되레 소득기준이 넘어 지원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들의 연봉 수준과 초혼 시기 등을 감안하면 맞벌이 신혼부부 상당수가 특별공급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소득기준과 신혼부부 대출 지원 등을 현실성있게 손보지 않는다면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금수저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부는 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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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부부 상당수 신혼특공 소득기준 넘어 지원도 못해
"소득 낮지만 자산가 부모둔 금수저들에게 혜택 돌아갈 것"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1. 결혼 2년차인 30대 중반 A씨 부부는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늘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히려 속이 상했다. 내집마련을 목표로 맞벌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되레 소득기준이 넘어 지원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 부부는 각각 중견기업에 6~8년간 재직해 연간 80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2. 지난달 청약을 받은 '신반포센트럴자이'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전용면적 59㎡ 7가구)이 완판됐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3인 가구 기준 488만원, 맞벌이 586만원) 이하 가구만 청약자격이 주어지는데 해당 물량 분양가는 11억원에 달한다. 대출을 받아도 최소 7억원 현금이 있어야 한다. 소득기준에 맞는 젊은 신혼부부가 단기간에 마련하기 힘든 돈이다.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주는 아파트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재력가 부모를 둔 이른바 '금수저'들의 혜택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 소득기준으로 인해 정작 내집마련이 절실한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청약에서 제외되고 청약 요건을 맞추더라도 집값이 비싸거나 대출이 막혀 일반 직장인들은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말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현재의 2배(공공택지 30%, 민간택지 2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도 앞으로 결혼 후 7년 이내인 무자녀가구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특별공급은 정책·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 등으로 지원 항목이 나뉜다.

현행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요건은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혼인기간 5년 이내, 1자녀 이상(태아 포함) 무주택가구주로 한정된다. 이 중 혼인 3년 이내이면 1순위, 혼인 3년 초과 5년 이내이면 2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정부는 이러한 혼인기간과 자녀여부 기준, 공급비율을 완화해 기회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소득기준이다. 현재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3인 가구 기준 488만원) 이하 가구에만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맞벌이 부부는 그나마 120%를 적용받아 586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 갈수록 늦어지면서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의 경우 상당수가 부부 합산 소득이 이 기준을 넘는다.

서울의 한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상담을 통해 청약 자격 요건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News1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서울에 살고 있는 결혼 5년 이하 신혼부부 중 37.7%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맞벌이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기준 지난해 초혼 평균 시기는 남성은 32.8세, 여성은 30.1세였다.

취업정보업체 조사 결과 올해 대기업의 4년제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은 3855만원 선이었다. 중견기업은 3000만원 정도다.

현재 기업들의 연봉 수준과 초혼 시기 등을 감안하면 맞벌이 신혼부부 상당수가 특별공급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소득기준을 맞추는 이들도 서울에서 청약하기는 쉽지 않다. 소득이 적어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8·2 부동산대책으로 대출한도도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전용면적 59㎡) 분양가는 11억원에 달했다. 소득 요건에 맞는 신혼부부가 분양을 받으려면 맞벌이 기준으로 한푼도 안쓰고 16년을 모아야 한다. 3.3㎡당 분양가가 2000만~3000만원을 넘는 서울 대부분 지역 분양 아파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로 인해 결국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본인 소득은 적지만 부모의 재산이 많은 이른바 '금수저'들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입지 좋은 아파트가 자산가들의 증여 수단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소득기준과 신혼부부 대출 지원 등을 현실성있게 손보지 않는다면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금수저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부는 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hk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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