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도 나눠쓴다" 청년 4명의 당찬 도전

고성민 기자 2017. 11. 1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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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임대료에 청년 사장 4명이 한 가게에 뭉쳤다.

서울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에서 나와 한강시민공원쪽으로 1분쯤 걷다보면 왼편으로 네온사인 간판이 반짝이는 ‘웜키친’이라는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가게 안으로 발길을 옮기면 녹색의 아늑한 테라스가 반기고, 내부는 빈티지한 벽면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언뜻보기엔 카페같지만 이곳은 카페 ‘체리빈’, 일식집 ‘모찌모찌’, 퓨전요리 ‘브로’, 수제 맥주·와인집 ‘디랩(D.Lab)’ 등 청년 사장 4명이 함께 영업하는 점포 셰어링(sharing) 가게다. 백화점 푸드코트처럼 테이블과 홀을 공유하고, 주방을 나눠쓰는 개념이다. 점심시간 주변 직장인들의 밥집으로, 오후 시간 분위기 좋은 카페로, 저녁 시간 트렌디한 펍으로 인기다.

선유도 웜키친은 4개월여 전인 지난 7월 오픈했다. 지상 1층~지상 3층 건물로, 이 가운데 지상 1~2층이 선유도 웜키친으로 운영 중이다. 1층은 약 170㎡(51평), 2층은 약 141㎡(43평)로 테라스를 포함하면 층마다 약 10여개의 테이블이 있다.

4명의 청년 사장은 왜 한 가게에 뭉쳤을까. 함께 가게를 운영하면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뭘까. 땅집고가 선유도 웜키친에서 하재민(28) 디랩 대표, 양한수(22) 모찌모찌 대표, 서동우(29) 브로 대표, 이정은(31) 체리빈 대표를 만났다.

■점포셰어링으로 소자본 창업… 배려심으로 갈등 극복

-왜 점포 셰어링을 하시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브로(서동우): ‘브로’는 제 남동생과 공동창업한 팀이에요. 그래서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라고 팀명을 정했죠. 저희 형제는 3월부터 밤도깨비야시장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했어요. 푸드트럭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명확한데, 겨울에는 장사할 수 없어요. 또 저희는 주메뉴가 연어인데, 연어는 여름이 비수기에요. 비수기가 두 번이나 있다 보니까 매장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는 게 점포 셰어링이라서 입점했습니다. 푸드트럭은 지금도 병행하고 있어요.

체리빈(이정은): 즉흥적인 성격이에요. 대학 전공은 문화재 발굴이었는데, 음악에 관심이 있어서 어린이 음악을 작곡하는 회사와 프로듀싱하는 회사에 있다가 창업하게 됐어요. 몇 년 전부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 카페 메뉴 개발에 꽂혀 있었거든요. 점포 셰어링은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첫 창업이라서, 다른 사장님이랑 같이 운영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고 시너지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친동생과 같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선유도 웜키친에 뭉친 서동우(29) 브로 대표, 이정은(31) 체리빈 대표, 하재민(28) 디랩 대표, 양한수(22) 모찌모찌 대표.(왼쪽부터) /고성민 기자

모찌모찌(양한수): 성신여자대학교 근처 일식집에서 요리사로 일했어요. 일식집에서 같이 일하던 형과 마음이 맞아서 공동창업했죠. 일식집 직원으로 일하면서 주도적으로 할 수 없고 많이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싶었고, 매장의 수익 구조가 궁금했어요.

디랩(하재민): 친구와 공동창업했어요. 웜키친의 네 팀이 모두 공동창업한 팀이죠. 저는 교육 업종에서 계속 일했었고, 친구는 기부컨설팅 회사인 ‘드림임팩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기부 문화와 술 문화를 연계해서 사람들에게 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디랩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손님들이 술을 주문하고 나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간단하게라도 선행한 사실을 알리면 500원씩 할인해주고, 모은 돈을 기부하고 있어요. 최근에도 아프리카에 축구공과 옷 등을 보냈어요.

-네 분이 한 가게를 함께 운영하면 아무래도 부딪힐 일이 많을 것 같아요.

디랩(하재민): 주방은 구역을 정확히 나눠서 자기 구역만 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요리하는 두 팀(모찌모찌·브로)은 도마 놔두는 위치도 하나씩 따로 두고 있고 화구도 6개 있는데 3개씩 나눴어요. 냉장고와 냉동고도 하나씩 따로 쓰고 있어서 그 문제는 없어요. 체리빈 팀이 커피 내리는 공간도 따로 있구요.

모찌모찌(양한수): 초반에 브로팀과 조리시간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어요. 손님들은 메뉴를 같이 받아서 동시에 먹고 싶으시잖아요. 어떤 메뉴는 5분 만에 나왔는데 어떤 메뉴는 20분 기다려야 하니까 초반에 손님들에게 컴플레인이 계속 들어왔죠.

이정은 체리빈 대표, 양한수 모찌모찌 대표, 서동우 브로 대표, 하재민 디랩 대표.(왼쪽부터) /고성민 기자

브로(서동우): 돈부리는 튀김기에 돈가스 5개를 넣고 튀기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요. 그런데 파스타는 최대로 생산해도 한꺼번에 3개 이상을 할 수 없어요. 손님이 4명이라고 하면, 직장인이잖아요. 심지어. 상사와 같이 왔으면 내 메뉴가 와도 상사를 기다려야 하는데 주문한 음식이 같이 나오는 상황이 안 됐죠. 처음엔 레시피를 공유 안 했는데 컴플레인이 들어오면서 지금은 모찌모찌팀에서 저희 메뉴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저희도 모찌모찌팀 메뉴를 커버하면서 서로 도와가면서 하고 있어요.

디랩(하재민): 배려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오픈 첫날을 기억해 보면, 모찌모찌는 점심때 음식을 계속 만들고 있었어요. 근데 브로는 저기서 둘이서 이야기하면서 놀고 있었어요(웃음). 주방을 같이 쓰는데 2명이 일하고 2명이 놀고 있으면 사실 일하는 사람들도 눈치 보이고 놀면서 쳐다보는 사람도 부러울 수 있거든요.

■리스크 적은 만큼 매출은 높지 않아… “시행착오 겪어서 독립”

웜키친 매장은 스타트업 ‘웜키친’이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한 뒤 4명의 청년 사장들을 모집해 청년 사장들에게 재임대하는 구조다. 웜키친은 건물주에게 내는 임대료와 모든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고, 주방과 홀을 공유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입점하려는 청년 사장 등을 모집한다. 가게를 열기 전 모집한 청년 사장들과 함께 인테리어 방향을 논의한다. 청년 사장들은 각각 ‘웜키친’과 1년 계약을 맺고, 보증금 200만원과 입점비 1300만원, 매달 매출의 12%씩을 웜키친에 수수료로 낸다. 이 가게를 혼자 임차하려면 권리금 약 1억원, 월세 200여만원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창업 초기 비용과 진입장벽이 낮고 리스크가 적다. 매달 100여만원(1년 기준 입점비 1300만원)의 비용과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고 청년 사장들은 터놓았다.

-매출은 만족스러우신가요.

브로(서동우): 매출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수익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매출의 12%를 웜키친에 수수료로 내고 있고, 재료원가가 40% 정도에요. 나머지 48% 중에서 공과금도 16%쯤 차지해요. 공과금이 보통 전기·수도·가스 정도라고만 생각하는데 세스코, 보안비용, 인터넷비, 정수기 대여비용까지 하면 비중이 꽤 커요. 결국 마진이 32% 정도 남는데 거기서 100만원 정도가 또 월세 개념으로 나간다고 하면 사실 어렵죠 (웃음). 그래도 저희가 밑바닥에서 시작하면 권리금만 1억원 하는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또 저희는 그걸 알면서도 매장을 경험하기 위해 들어왔구요.

디랩(하재민): 한 가게에서 나올 수 있는 매출은 어차피 제한적이에요. 네 팀이 한다고 해서 매출을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네 팀이 나눠 갖는 거여서 수익 한계는 명확하다고 봐요.

브로(서동우): 커피 드시는 손님이 왔다가 ‘밥도 파네’라고 해서 다음에 그 손님이 와서 식사하시는 그런 시너지는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도 선유도 주변 롯데홈쇼핑 본사 직원분 중에서 매일 커피 드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매일 커피만 드시다가 식사를 한 번 하시곤 ‘너무 맛있다’면서 자주 오시더라구요. 다른 팀이 소개되면서 그쪽에 매출이 흘러들어오는 효과는 있어요.

체리빈(이정은): 그나마 다행인 건 수수료가 매출 비율이기 때문에 매출이 많으면 많이 나가고 적으면 적게 나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익이 적을 때는 적게 나가는 것도 있어서 그런 면에서는 어떻게 보면 좋게 보일 수도 있는 거고. 역세권에 이런 가게를 차리려면 임대료를 높게 생각해야 하는데, 초기 비용이 낮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정은 체리빈 대표, 양한수 모찌모찌 대표, 하재민 디랩 대표, 서동우 브로 대표.(왼쪽부터) /고성민 기자

-후배 창업자가 점포 셰어링을 고민한다면 추천할 것인지.

브로(서동우): 창업자의 목표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저희처럼 독자적인 매장을 차리기 전에 시행착오를 먼저 경험하기 위해 들어오는 건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고 들어오면 어려울 거에요.

모찌모찌(양한수): 목표가 어떤 것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요리만 해왔는데, 점포 셰어링을 같이 하면서 요리만 중요한 게 아니라 외적인 부분도 충분히 우러나야 한다고 느꼈어요. 요리 외에 마케팅과 메뉴판, 인테리어도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디랩(하재민): 점포 셰어링을 4팀이 하면서 4가지 창업을 다 해보는 경험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요식업을 창업해보진 않았지만, 이런 게 좋고 이런 게 안 좋은 거구나를 보면서 배웠어요.

-각 팀의 향후 계획은.

브로(서동우): 내년 7월 웜키친과 계약이 끝나요. 독립하려고 부동산 돌아다니고 있어요. 동네에 브랜드가 알려져서 손님을 어느 정도 끌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선유도에 가게를 차리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내년 7월에 매장을 오픈하는 게 목표에요. 내년 3월부터 다시 모집하는 밤도깨비 푸드트럭에 들어가려고 서류 준비도 함께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효리네 민박’을 인상 깊게 봐서 게스트하우스도 차리고 싶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거든요.

체리빈(이정은): 메뉴를 안정화해서 독립적인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최종적으로는 점포 셰어링의 형태를 가족으로 가져와서 엄마, 아빠랑 같이 가게를 하나 운영하고 싶어요. 여동생과 제가 카페를 운영하고 부모님은 수제청이나 로스팅을 맡거나, 아빠가 주류를 좋아하셔서 저녁에 주류를 결합하는 식으로.

모찌모찌(양한수): 꿈이 너무 큰지도 모르겠는데(웃음) 저는 경영과 요리를 둘 다 해보고 싶어요. 지금 어리니까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점포 셰어링을 하면서 요리는 기본으로 하되 경영도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디랩(하재민): 기부 방식을 어떻게 시스템할 지 고민하고 있어요. 또 이곳 말고 다른 가게에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있어요. 저와 동업자 모두 요리사가 아니어서 같이할 수 있는 팀이 있을지 알아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요식업 매니지먼트쪽으로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요식업도 교육이 필요하거든요.

■치솟는 임대료에 점포셰어링 활기… 업종 선택 유의해야

스타트업 웜키친은 지난 1월 3명의 사장이 함께하는 신림 1호점, 7월 선유도 2호점을 열었고 이달말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3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웜키친 외에도 점포셰어링을 원하는 점주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스타트업 ‘스토어쉐어’ 등이 나타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는 ‘한 지붕 두 가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나의 점포를 점주들이 공유하면서 임대료를 절감하고, 업종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점포 셰어링의 장점이라며, 부동산 소유주 입장에서도 임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재테크 방편이 된다고 말한다. 점포 셰어링이 성공하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업종을 선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상가 임대료가 점주들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임대료를 서로 분담하는 점포 셰어링이 활기”라며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할 경우, 일부는 본인이 직영 운영하면서 일부는 친인척이 사용하도록 셰어링하는 사례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점포 셰어링은 각자의 사업영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높은 임대료를 분담한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부동산 소유주 입장에서도 한 임차인에게 월세 100만원을 받았다면, 4명의 임차인에게 30만원씩을 받아 총 120만원을 받는다면 수익률 측면에서도 장점”이라고 했다.

안 연구원은 “다만 점포 셰어링의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적이어서 시너지를 내려면 업종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가뜩이나 최근 경쟁업종과 보완업종의 차이가 무너져서, 자칫 점포 간 시너지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목록이 늘어나면서 편의점과 웬만한 식음료 업종은 경쟁업종으로 바뀌었고, 꽃과 커피를 같이 판매하는 가게가 생기면서 꽃집과 커피숍도 서로 경쟁업종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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