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겹 한 겹 다르게 쌓아 만든 집

심영규 건축PD 2017. 11. 2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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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감재로 어떤 나무를 쓰면 좋을까. 벽돌은 어떻게 쌓아야 더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을까. 집짓기나 리모델링, 인테리어에 관심은 많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조선일보 땅집고(realty.chosun.com)는 건축전문출판사 감씨(garmSSI)와 함께 나무, 벽돌, 콘크리트 등을 독창적 방법으로 사용한 건축가를 만나 그들의 작업에 담긴 건축 재료 응용법을 소개합니다.

[심영규의 建築재료 이야기] ⑫ 콘크리트 타설의 한계를 끌어올리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지층집’(Stratum House)은 콘크리트의 색과 골재 비율, 퍼짐정도를 달리하여 한 층씩 켜켜이 쌓은 집이다. 2층 규모에 총 21개의 서로 다른 성질의 콘크리트 층이 쌓여있는데 공업화된 공정과 규격화된 배합으로 작업하는 일반적인 노출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순수한 재료의 가능성을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stpmj 이승택을 만나 프로젝트에 대해 아쉬운 부분과 어려웠던 점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지층집 건축개요]

설계: 이승택, 임미정

위치: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대관리

대지면적: 975㎡

연면적: 208㎡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마감: 노출콘크리트, 석고보드 위 도장

완공: 2017년 4월

사진: 김재윤

-프로젝트의 이름이 ‘지층집’이다. 이름처럼 콘크리트가 다른 색으로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건축주는 레미콘 회사의 임원을 하고 은퇴했다. 노출콘크리트에 대한 호감이 있었고 매끈한 노출콘크리트의 마감을 원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거절했다. 다른 방법을 찾던 중 제안받은 것이 벽돌이었다. 벽돌과 콘크리트는 시공 방식이 다르다. 성격이 다른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벽돌처럼 보이는 콘크리트가 떠올랐다.

콘크리트는 주로 철근을 배근하고, 거푸집을 설치하여 일체형으로 타설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시공하는데 이를 벽돌 쌓듯 적층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콘크리트를 적층식으로 쌓게 되면 전단력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미국의 구조사무소로부터 2층 정도의 규모에서는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은 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레미콘의 기본 스펙인 슬럼프, 색상, 골재 크기로 세 가지 기준을 정하고, 매일 조금씩 값을 달리하여 한 켜씩 쌓기로 했다.”

-변화를 준 레미콘의 세 가지에 특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개 층에 21개의 다른 레이어가 있다.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단계가 있다. 색상은 다섯 가지 밝기다. 인접한 층의 색상은 적어도 2단계 이상 차이가 나도록 했다. 골재 사이즈는 3단계, 슬럼프는 12cm, 15cm, 18cm의 3단계로 정했다. 슬럼프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지형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의도였다. 슬럼프가 높을수록 표면이 흘러내린다.”

-생각했던 것처럼 결과가 잘 나왔나?

“우선 색상이 의도했던 것만큼 분명하게 나오지 않았고, 골재도 예상만큼 마감 면에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골재는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굳은 후에 보면 잘 안 보이는 곳도 있었다. 전체 면을 갈아내서 서로 다른 크기의 골재를 드러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콘크리트는 원래 회색이라 검은 안료를 넣어 어둡게 하는 것보다 흰색 안료를 넣어서 밝게 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경험하면서 처음 알았다.”

-콘크리트를 쓰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레미콘 특성상 현장에서 색을 내고 우리의 결정을 기다렸다가 타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안료의 양을 조절하면서 그중 한두 가지 타입만 현장에서 직접 실험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준 자료대로 공장에서 미리 조합해서 진행했다. 이렇듯 공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프로젝트보다 건축가, 현장소장, 레미콘 업자 사이의 협업이 훨씬 긴밀해야 했다.

현장소장의 노력이 컸다. 사실 건축가의 영역이 현장에서 디자인이 그대로 잘 구현되는 것까지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현장의 영역으로 시공 업체에게 온전히 맡겨야 하는 부분이다. 대신 재료의 목업을 충분히 해 결과치를 정확히 주고 적절한 결정을 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한 층당 레미콘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똑같은 높이로 보이고 싶지 않아 층마다 다르게 했다. 평균 1.5㎥ 정도다. 레미콘 트럭은 한 대당 6㎥의 레미콘이 실린다. 1㎥나 1.5㎥는 운반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반차(3㎥)가량을 주문해야 했다. 필요 이상의 양을 주문해서 안료를 배합하기도 어려웠고, 혼합 외의 양은 버림콘크리트로 사용하거나 못 쓸 때도 있었다.”

-정확한 데이터, 효율성도 중요하다. 모두 다른 타입으로 하는 것보다 확실한 한가지 방법으로 시공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현장소장 역시 정량화된 값으로 패널을 만들어 세우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했다. 하지만 계량된 양으로 했다면 패널이 되었을 것이다. 얼룩말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색도 다르고 일일이 타설한 덕분에 초기에 계획했던 패턴을 만들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기준마다 계량된 수치로 단계를 나누어 놓았으므로 어느 정도 우리가 예상하는 패턴은 있었다. 시공할 때마다 들어가는 콘크리트의 양이 달라져 차이가 생기기는 했지만,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내 그대로 시공했다면 그건 우연성을 보여주는 적층이 아니다. 그리고 스펙으로 만든다 해도 현장에서 그대로 나오는지 확신할 수 없다. 우리의 작업은 마치 가내수공업 같았다. 어디에다 더 가치를 두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이 작업을 통해서 배운 점이 있다면?

“내단열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노출콘크리트 건물은 중단열이나 내단열로 시공하는데 이 프로젝트는 한 층씩 쌓으면서 타설했기 때문에 내단열을 해야 했다. 내단열은 열교 현상이나 결로 등 불리한 점이 많다. 그래서 벽과 바닥의 접합 부위나 벽체 시스템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직접 모형을 만들어 보여지는 면의 단열을 확인하고 습기와 열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더 신경썼다. 내단열이지만 내부의 벽과 외부의 벽을 사실상 분리하여 공간을 두고 물이 침투하더라도 벽 사이의 공간을 통해 바닥으로 흘러나가게 했다. 내부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벽체 두께는 단열재를 포함해 약 370㎜ 정도로 가볍게 했다.”

[일러두기]

열교(熱橋): 구조체의 일부가 극단적으로 열전도율이 커 냉방시에 다른 부분보다도 온도가 높아지는 경우

골재비율: 콘크리트는 공기, 물, 시멘트, 모래, 자갈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강도 30㎏/㎠의 콘크리트의 배합 비율은 시멘트, 모래, 자갈 1대 3대 6의 비율로 콘크리트 100% 중량에 각각 자갈 48%, 모래 24%, 시멘트 7%로 혼합된다.

퍼짐정도(슬럼프 값): 배합된 반죽의 퍼지는 정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80, 120, 150, 180㎜가 일반적이며 숫자가 커질수록 부드럽고 점성이 좋아 작업하기에 수월하다. 하지만 숫자가 커지면 물의 양이 많아져 강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혼화제의 양이 증가해 가격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적당한 규격을 선택해야 한다.

타설(打設): 콘크리트를 부어서 설치하는 타설(打設)은 ‘치거나 때려서 설치한다’는 의미인데, 뜻밖에 표준어국어대사전에는 빠진 일본어(だせつ)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용어라 그대로 쓰기로 한다.

이승택(stpmj 공동대표)은 고려대학교에서 건축공학 학사와 석사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다. stpmj 설립 전에 뉴욕 엔아키텍츠와 레벤베츠, 스위스 바젤의 헤르조그 드 뫼롱 등에서 실무를 익혔다. 현재 stpmj의 서울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다.

심영규 프로젝트데이 건축PD는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건축전문지 공간(SPACE)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건축재료 처방전’ 감(GARM)의 편집장이며 전시와 출판뿐 아니라 비즈니스플랫폼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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