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에 엇갈린 희비..재건축 '울고' 리모델링 '웃고'

이성희 기자 입력 2018. 1. 2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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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성동구 옥수동 극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9월 시공사 선정에 이어 최근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 중 안전진단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B등급 이상을 획득하면 수직증축이 가능해진다.

수직증축 후에는 1986년 지하 1층~지상 15층짜리로 준공한 아파트 8개동이 지하 5층~지상 18층짜리로 탈바꿈한다. 가구수도 현재 900가구에서 1035가구로 늘어난다.

2002년 준공한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에도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단지에 ‘리모델링으로 명품 아파트 탄생’이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준비위원회는 2030년 입주 목표로 현재 18층짜리 42개동(임대아파트 7개동 제외) 아파트를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면서 리모델링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 3000만원 초과 시 이익의 최대 50%를 국가가 환수) 부활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재건축 허용 연한 강화(현재 30년→40년) 등 추가 규제까지 시사했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노후 아파트를 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업방식이 다르다.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뼈대인 ‘내력벽’(건축물 하중을 떠받치도록 설계한 벽)을 남기고 증축·보강 및 구조변경을 하는 개념이다.

■ 재건축 규제 반사이익

리모델링이 주목받는 것은 허용 연한이 준공 15년 이상으로 짧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 진행 절차도 ‘기본계획 수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로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재건축 연한에 못 미치는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 입장에선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가격 상승도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은 지 20년 안되는 남산타운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 주택의 용적률(아파트 총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바닥면적 합계 비율)도 사업방식을 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대개 용적률 200% 이상인 15층 내외 중층 아파트 단지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며, 용적률이 낮은 10층 이하 저층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용적률 200%인 단지를 재건축한다고 했을 때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으로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용적률 완화 대가로 지방자치단체에 도로·녹지·공원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채납 등을 빼면 사실상 용적률 상향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이 없어 최대 40%(최대 3개층 증축), 전체 가구수도 15% 늘릴 수 있다. 기부채납 부담도 없다. 현재 수도권에서만 40개 단지, 2만여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와 대치2단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매화마을1단지와 한솔주공5단지, 느티마을3·4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1980~1990년대 지어진 강남이나 1기 신도시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다.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할 수 있는 데다 초과이익환수제 적용도 받지 않는다. 사업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도 재건축은 위험 등급인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 이하면 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주거복지 협의체 회의에서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안전성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말한 것도 리모델링 시장에는 호재다. 시장에선 김 장관의 발언을 재건축 허용 연한 강화는 물론 안전진단 규제 강화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수익성 낮아 분담금 클 수도

그렇다고 리모델링을 장밋빛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재로선 내력벽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요즘 주택 수요자들은 거실과 안방, 작은방 2개를 모두 베란다 쪽으로 일렬 배치하는 4베이 평형을 선호하지만, 리모델링은 자유로운 평면 설계가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내력벽 때문에 아파트 좌우 폭을 넓히기는 어렵고 앞뒤 베란다만 확장해 평형이 기형적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 시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려다 안전성 논란이 일자 2019년 3월까지 결정을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포항 지진 등으로 내력벽 철거 허용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크다. 재건축은 공사비가 많이 드는 대신 이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건축물 높이 제한으로 일반분양을 많이 할 수 없다.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고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하는 등 최신식 아파트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추가분담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 탓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내홍을 겪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리모델링이 모든 지역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양가가 3.3㎡당 1800만~2000만원가량 돼야 추가분담금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되지 않은 조합원 의견으로 사업이 자칫 지연돼 소모적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규모 단지보다 가구수가 적은 단지가 리모델링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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