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찬바람 부는 대학가 원룸골목

김창성 기자 입력 2018. 1. 2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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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가 원룸 골목의 겨울은 대학생들에게 유난히 차갑다. 한 학기 수백만원의 등록금에 수천만원의 보증금과 수십만원의 월세까지 감당해야 한다. 대학생들은 방세가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집을 구한다. 반면 집 주인들은 최근 정부에서 각종 세제 혜택을 제시하며 임대사업자등록을 유도하지만 어차피 수요는 충분하다며 으름장이다. 세제 혜택이 그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만큼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주거비까지 매년 비싼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지만 집주인들은 횡포를 멈출 줄 모른다. 비싼 월세를 곳감 빼먹듯 챙기면서 기숙사 건립 결사반대를 외치니 대학생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양대- “월세 50만원 버거워요”

“답이 안 나옵니다. 외곽으로 나가 통학하자니 시간이 아깝고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자니 돈이 턱없이 부족해요.”

서울 한양대에 재학 중인 A씨의 본가는 전주다. 지난해까지 학교 인근 성수동의 친척집에 얹혀 살며 통학했는데 올 봄 이사를 가기 때문에 혼자 살 집을 구해야 한다. 기숙사에 입주하면 좋지만 경쟁이 만만치 않은 데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처지라 생활이 자유로운 자취방을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방세가 만만치 않다. 수천만원의 보증금은 기본이고 월세도 대부분 50만원을 넘어 부담스럽다. 그나마 싼 방이다 싶으면 시설이 열악하거나 이미 다른 사람 차지다.

A씨는 “개강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도 생활비를 제외하면 겨우 몇달치 월세 정도밖에 마련하지 못한다”며 “학교 인근 원룸 주인들이 기숙사 신축은 반대하면서 월세는 비싸게 받으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A씨처럼 대학가 원룸골목의 비싼 시세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한양대 인근 B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원룸은 대체로 보증금 1000만~3000만원, 월세는 40만~70만원 수준이다. 신축 원룸의 경우 전세 1억원이나 보증금 9000만원에 월세 10만원인 곳도 있고 간혹 시설이 열악하거나 반지하·옥탑방인 곳은 보증금 500만원, 월세 35만원인 곳도 있다.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 대학가 원룸 시세는 어디나 비슷하다”며 “교통편과 번화가인 입지를 고려하면 대학생이 버겁더라도 집주인의 월세 장사를 막을 도리가 있겠냐”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인근의 한 원룸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경희·시립대- “대학교 주변은 어디나 마찬가지”

“등록금도 비싼데 방값도 만만치 않네요.”

이번에는 경희대 인근 C공인중개업소를 찾았다. 대학생인 동생이 살 원룸을 구하는 중인데 시세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하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학교 주변인데 이 정도는 다 받아요”라고 맞선다.

C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경희대 인근 원룸도 한양대와 비슷하다. 보증금은 대체로 500만~6000만원으로 형성됐고 월세는 40만~70만원까지 다양하다. 보증금 100만~200만원, 월세 25만~30만원인 곳도 있지만 역시 환경과 시설이 열악하다. 한양대 주변과 마찬가지로 신축원룸은 전세 7000만~1억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

이번에는 경희대 앞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서울시립대 인근 원룸골목으로 향했다. 원룸 시세는 경희대와 비슷했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시립대 인근 원룸은 보증금 500만~6000만원, 월세는 35만~70만원까지 형성됐다.

이곳 역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곳은 반지하·옥탑방 같은 곳이고 비싼 곳은 전세 1억원 이상인 곳도 있었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게 값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관계자는 “대학생 상대 임대료치고는 비싸지만 고정수요가 풍부하다 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며 “대학생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직장인 수요도 많은 데다 오래된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다 보니 재개발·재건축 등의 가능성도 있어 집주인들의 눈높이는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원룸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홍익대- “임대등록보단 월세 수입”

“홍대에서 임대업하는 게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임대사업자등록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끌리지 않는다는 집주인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홍대 인근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홍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전통의 번화가이다 보니 보증금이나 임대료 비싼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이슈가 된 임대사업자등록 방안에 대한 집주인들의 생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라는 말이다.

홍대 인근은 대학가 원룸과 서울 대표 상권이 어우러져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상권의 업종도 액세서리, 패션, 식당, 술집, 편의점, 사주카페 등 다양하다. 최근 몇년간 상수동, 망원동, 연남동 등 신흥 상권에 수요를 뺏겼지만 홍대 학생을 비롯해 인근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학생 등 고정수요와 유입수요도 흘러넘치는 전통의 번화가임은 부정할 수 없다.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홍대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끊임없이 모여드는 매력적인 곳으로 통하는 만큼 인근 원룸에는 홍대 학생이 아닌 젊은 직장인이나 다른 학교 학생이 사는 경우도 많다”며 “다른 대학가 원룸과 다르게 세입자 입장에서도 비싼 시세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3호(2018년 1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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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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