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막힌 건설 오아시스 동남아서 뚫었다

최동현 2018. 3. 20. 11: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건설 해외수주 1위 '아시아'…전년동기 대비 3배 43억달러
적극적 인프라 투자로 입지 다진 덕에 대형 프로젝트 결실
국제유가 급락 직격탄에 맥 못춘 중동 시장 대체 효과 톡톡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아시아가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고민을 해결해주는 '오아시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사업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중동은 불안한 국제 유가 때문에 사업의 탄력성이 약화됐다. 한국건설의 해외사업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동남아가 '제2 중동의 꿈'을 실현해주는 지역으로 떠올랐다. 각종 인프라 개발 호재와 맞물려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액은 80억달러(한화 약 8조50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아시아 수주액은 43억달러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약 2.4배 늘었다. 유럽과 아프리카 수주액은 급감했다.

올해 아시아 지역 수주는 대우건설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대우건설은 지난 1월5일 약 2061억원 규모의 필리핀 할루어강 다목적 공사(2단계) 수주에 성공했다. 이 공사는 필리핀 곡창지대인 일로일로 주(Iloilo Province)에 3개의 댐과 도수, 관개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대우건설은 1996년 필리핀에 진출한 이후 댐과 관개시설, 상하수도 공사를 주도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SK건설은 올해 동아시아 지역에서만 2건의 수주 성과를 냈다. SK건설은 1월11일 홍콩 정부 산하 도로관리청이 발주한 구룡 중앙간선도로(Central Kowloon Route) 내 야우마따이 동부구간(Yau Ma Tei East)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SK건설의 창사이래 첫 홍콩진출이다. 공사규모는 약 7100억원이다. SK건설은 2월1일에도 프랑스 회사 테크닙과 함께 베트남에서 롱손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인 약 2조원 규모의 에틸렌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아울러 삼성엔지니어링은 1월24일 4660억원 규모의 태국 플랜트공사를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2월2일 말레이시아 정유회사로부터 약 3750억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멜라카 정유공장 고도화 사업권을 획득했다. 삼성물산 역시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지역에 1760㎿ 규모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5100억원 규모의 '자와-원'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쌍용건설과 대우건설도 지난 15일 싱가포르에서 8000억원 규모 종합병원 신축 공사를 따냈다.

건설업계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쌓은 입지, 공격적인 EPC(설계ㆍ조달ㆍ시공) 수주 전략,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수요 등을 수주의 성공 배경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이 지난 몇 년간 낙후된 동남아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인프라 관련 사업을 제안한 것이 최근 성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과거 중동 등에선 발주한 물량을 그저 받기만 하는 수동적 사업이 많았는데 동남아의 경우 건설사들이 직접 프로젝트 설계와 자금 조달, 시공, 운영 등 사업을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며 "인프라가 시급한 동남아 정부 입장에서도 (한국) 건설사들이 알아서 다 해주니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남아는 중동보다 국제유가에 의한 영향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2013년 해외건설 수주는 73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급락이 시작된 2015년 52조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31조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중동 산유국은 국가 경제에서 유가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급락은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에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 건설사들은 변동성이 적고 시장 진입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쪽에 주목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중견건설사들이 동남아 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요진건설은 현재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연생산 100만t 규모의 시멘트공장을 건설 중이다. 우미건설은 지난해 베트남 법인인 '우미비나'를 설립하고 리조트 인수 등을 고려 중이다. 부영도 지난해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해외 주택 공급을 시작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는 국내 주택시장보다 해외 수주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며 "아시아와 중동 등에 힘입어 올해 건설 발주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2708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