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번째 경매.. 여의도 오피스텔 큰손 '3번의 실패'

민경진 2018. 4. 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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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인근 오피스텔 에스트레뉴.

여의도 증권가 출신 전업투자자들이 세운 부티크(소규모 비공식 투자회사)가 모여 있는 건물이다.

A씨는 2010년 총 480여억원을 들여 이 건물 오피스텔 60실을 분양받았다.

이미 이 건물 오피스텔 2실을 분양받은 A씨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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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80여억원 대부분 대출
예상 임대료 450만→250만원
용인 중개업소에 "모두 맡아라"

[ 민경진 기자 ]

2009년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에스트레뉴’ 빌딩. 최고 36층에 상가 36실과 오피스텔 118실로 구성돼 있다. 한경DB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인근 오피스텔 에스트레뉴. 여의도 증권가 출신 전업투자자들이 세운 부티크(소규모 비공식 투자회사)가 모여 있는 건물이다. 이 오피스텔 한 실이 또 경매로 나왔다. 이 건물에서만 59번째 경매되는 A씨 소유 물건이다.

A씨는 2010년 총 480여억원을 들여 이 건물 오피스텔 60실을 분양받았다. 입주를 앞두고 분양계약이 해지된 물량이었다. 자금 압박에 내몰린 건설회사는 계약 해지된 물량을 25% 할인된 가격에 급매물로 내놨다.

이미 이 건물 오피스텔 2실을 분양받은 A씨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A씨가 관심을 보이자 건설사는 400억원이 넘는 매입비용 전부를 은행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모자란 80억원은 회사에서 빌려준다는 조건까지 붙었다. 내 돈 하나 들이지 않고 여의도 한복판 건물 절반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수백억원의 빚을 지게 되더라도 실당 450만원씩 62실에서 30억원 가까이 임대료를 매년 거두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임대 수익으로 나머지 오피스텔도 하나하나 매입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초기 임대료가 월 250만원 선에 형성된 게 문제가 됐다. 그렇게 헐값에 세를 내주면 수익은커녕 이자 갚기도 힘들 판국이었다. 3000만원을 들여 글로벌 부동산 회사에 임대 관리를 맡겼지만 시세보다 비싼 임차료를 부담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기 용인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사람이 원하던 임대료 월 450만원을 맞춰줬다. 그에게 60여 실 관리를 모두 맡겼다. 하지만 그도 더 이상 매달 450만원을 낼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사정을 잘 아는 여의도 S공인 대표는 “5~6년 전 여의도에서 전용면적 107㎡ 오피스텔 임대료를 450만원 넘게 받으려는 건 굉장한 무리수였다”며 “지금 임대료도 3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달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만 수억원에 이르렀다. 보유하고 있던 물건을 매각하려 했지만 공동담보로 잡혀 있어 호수별로 일부를 팔 수도 없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그나마 있던 임차인도 임차료를 체납하기 시작했다. 책상이나 소파 등을 그대로 둔 채 컴퓨터만 들고 야반도주하는 임차인도 있었다.

결국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2014년 오피스텔 13실이 경매로 넘어갔다. 감정가격보다 2억~3억원 싼 가격에 소유권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어서 13실, 32실도 차례대로 A씨 손을 떠났다. 이 과정에서 건물 관리사무소는 밀렸던 관리비 11억원을 내라며 A씨에게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관리사무소 편을 들어줬다.

지금 A씨에게 남은 오피스텔은 총 4실이다. 이 중 하나가 59번째 법원 경매 물건이다. A씨는 “너무 많은 대출을 일으켜 무리하게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게 패착이었다. 몇 년에 걸쳐 대출 이자 등을 갚느라 이젠 빈털터리가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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