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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자격 안돼"
"아직은 잠재적 부담금에 불과"
2008년에도 각하 결론
아파트 준공돼야 소송 '자격'

인본 측
"헌재의 직무 유기..예정액 부과단지로 재심 청구"
한국경제 | 이정선/선한결/양길성 | 입력 2018.04.17 19:13 | 수정 2018.04.24 17:06

[ 이정선/선한결/양길성 기자 ]


서울 잠실주공5단지 등 11개 재건축조합이 제기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헌법소원이 ‘각하’ 결정됨에 따라 재건축 시장이 또다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조합원당 수억원에 이르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일단 내고 나서 소송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하는 까닭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미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재건축시장이 당분간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권 재건축조합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조합원 1인당 최대 8억400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헌법소원에 참여한 11개 재건축단지 중 하나인 서울 압구정5구역. 한경DB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헌법소원에 참여한 11개 재건축단지 중 하나인 서울 압구정5구역. 한경DB

◆왜 각하됐나

헌법재판소는 법무법인 인본이 지난달 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제기한 위헌 소송에 대해 지난 10일과 12일 각각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한마디로 11개 조합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번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위헌 소송에 참여한 조합은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1·2차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강동구 천호3주택 △금천구 무지개아파트 △강서구 신안빌라 △안양 뉴타운맨션삼호 △과천 주공4단지 △부산 대연4구역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 △강남구 압구정5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등 11곳이다.

헌법재판소는 각하 결정문을 통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려면 공권력 행사 등으로 인해 현재 기본권을 침해받아야 한다”며 “초과이익 부담금은 장래 잠재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에 불과해 기본권 침해의 현재성을 구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11개 조합에 아직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된 상태가 아닌 만큼 헌법소원을 제기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06년 가락시영 조합도 같은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재는 2008년 이번 결정과 같은 이유로 각하했다.

◆준공 이후 소송 가능할 듯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얻으면 초과 금액의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2006년 도입됐다가 부동산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2012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유예됐다가 올해 다시 부활했다.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기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사업시행인가 이후 조합이 분양가 및 종전자산 평가액 등 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해야 한다. 구청 등은 이를 근거로 부담금 예정액을 산정한 뒤 해당 조합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조합은 이를 고려해 관리처분계획을 세우고 신청하면 구청이 인가 결정을 내린다. 이후 이주, 철거, 착공 절차를 거쳐 준공 시점에 정확한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에 부과된다.

이번 각하 결정에 따라 재건축조합들은 아파트 준공 인가 이후에나 위헌 소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김호권 주거환경연구원 사무처장은 “부담금이 부과되는 시점이 돼야 헌법소원을 제기할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각 조합은 부담금 산정과 부과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번 결정은 한마디로 일단 부담금을 낸 뒤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할지, 판결이 언제 종결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5544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 재건축조합은 2012년 12월 소송을 제기했으나 아직 결론을 얻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인본은 준공 시점이 아니라 구청이 예정액을 통보한 조합을 모아 헌법재판소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인본 측은 “조합은 재건축 사업 인가를 받는 시점부터 재건축 부담금과 관련한 의무를 지게 되고, 이에 따라 기본권을 침해당한다”며 “헌재가 제대로 된 심리조차 하지 않고 준공 인가 이후에나 소송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최고 법 해석기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휘청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지들은 초과이익 부담금을 피할 가능성이 줄어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 들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유예되거나, 초반부터 위헌 결정이 날 수도 있다는 두 가지 기대로 재건축 아파트 수요가 유지됐다”며 “이번 각하 결정으로 기대가 사라지면서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선/선한결/양길성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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