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해제땐 대박?..묻지마 투자하단 '쪽박'

정다슬 2018.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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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앞두고..보상 노리거나 개발 기대로 '선점'
감정가의 2배..고가 낙찰 사례도
지자체장 지정 '그린벨트급' 규제 등 이중삼중 개발 억제수단 다양해
경매업체 '수익률 뻥튀기' 권유많고 공원 해제 후 개발 지연 땐 세금 부담만↑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2억 4100만원에 낙찰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임야. 이 임야는 도시계획시설 상 대모산도시자연공원에 편입돼 있지만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고 있다. 오는 2020년 6월 30일까지 공원으로 조성되지 않으면 도시공원에서 해제된다. 이에 따라 토지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가 낙찰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지지옥션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강남구 개포동 임야 4350㎡ 중 773.2㎡가 2억 4100만원에 낙찰됐다. 한 번도 유찰되지 않은 신건으로 감정가(2억 3194만 5000원)보다 높은 가격(103.9%)에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개포동은 최근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강남 신흥 부촌 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개발이 어려운 임야가 이 가격에 낙찰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대모산 도시자연공원에 편입된 지역으로 보상을 받거나, 설령 보상을 못 받더라도 공원에서 해제되면 토지 가치가 오를 것으로 계산한 것 같다”면서도 “낙찰가가 워낙 높아 보상을 받더라도 수익이 나기 어렵고 공원 해제가 되더라도 비오톱 1등급에 속해 실제 개발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7월 1일부터 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애물단지’에서 ‘금싸라기’로 바뀌는 토지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토지 보상을 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녹록지 않은 데다가 도시자연공원(이하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더라도 이중 삼중의 규제로 개발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감정가 3억원 땅이 6억원에 낙찰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만 해놓고 20년간 정부나 지자체가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땅주인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계획시설에서 풀어주는 것을 말한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사유지 여부와 관계없이 토지 형질변경이나 건축 등 개발이 제한된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999년 지자체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놓고 장기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소유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2000년 7월 1일 이전 지정된 도시계획시설은 2020년 6월 30일까지 실시계획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해제된다.

도시계획시설 중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도시공원이다. 도로나 학교 등으로 지정됐지만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은 실제 사용이 없던 곳이 해제되는 것인 만큼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그러나 도시공원은 미집행된 상태라도 서울 서리풀공원 사례처럼 주민들이 공원으로 인식하고 실제 삶의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녹지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나서서 도시공원 부지 매입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이 도시공원에 눈독을 들이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다. 토지 투자의 가장 큰 단점이 ‘환금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2020년 7월 전까지 보상이 이뤄진다면 위험성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설령 토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개발이 불가능했던 땅이 규제가 풀리면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실제 공매로 나온 서울 은평구 구산동 일대 1047㎡ 규모의 임야는 6명이 응찰해 감정가(3억 1410만원)의 2배인 6억 2831만원에 낙찰됐다. 이 토지는 거북골(역촌) 근린공원에 속해 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같은 도시공원에 있는 인근 토지 보상가를 적용해보면 예상 보상가는 3억 7796만원 정도로 낙찰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원 해제를 염두에 보고 투자자들이 입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제되면 바로 개발 가능?…용도구역 지정 등으로 개발 억제 가능해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문제는 ‘묻지마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매업체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해 중간 수수료를 챙기거나 제대로 된 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이 공동투자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묻지마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지자체와 정부가 일몰제에 대비해 도시공원 보상을 위한 예산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토지에 비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1조 6000억원을 투입해 여의도 면적 규모인 ‘우선 보상 대상지’ 2.33㎢(70만평)를 2020년까지 매입한다고 했다. 이는 서울시 내 도시계획시설상 공원으로 지정된 전체 사유지 면적 40.28㎢ 의 5.8% 규모에 불과하다. 나머지 94.2%에 해당하는 37.5㎢ 규모의 땅은 보상이 되지 않은 채 2020년 7월 1일이 되면 도시공원에서 해제된다.

그렇다면 37.5㎢ 규모의 땅은 2020년 7월 이후 건축 등 개발 행위를 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미지수다. 서울시는 2021년 이후에도 보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모든 사유지를 매입해 공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토지가 개발되지 않은 녹지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는 37.5㎢은 상대적으로 개발 가능성이 적은 곳”이라면서도 “도시자연공원구역 등으로 지정해 개발을 최대한 억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준하는 규제를 받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린벨트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지자체장이 지정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정 절차도 더 간편하다. 지자체가 이 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고시하면 끝이다. 토지 소유자가 뒤늦게 어느 날 자신의 땅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호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규제수용과 재산권 보호에 관한 연구’에서 “2008년 이후 도시공원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대신 도시자연공원구역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도시계획시설은 20년 동안 미집행되면 해제하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기한이 없이 미집행하더라도 상관없기 때문에 토지주는 오히려 더 강력한 규제에 묶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외에도 개발을 억제할 방법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 등 8개 자치구가 진행하고 있는 ‘비오톱 1등급’이다. 도시생태현황 조사결과 유형 평가와 개별평가가 모두 1등급인 토지는 개발할 수 없어진다. 도시관리계획을 세워 보전녹지로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는 “개발 행위 허가는 지자체 재량권”이라며 “공원에서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경사도나 임목축적(나무의 밀집도) 등을 이유로 개발 행위 허가를 지자체가 내주지 않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공원에서는 해제됐지만 개발이 되지 않은 땅은 세금 부담만 커질 수도 있다. 도시공원으로 지정되면 그나마 보유세가 50% 감면되지만, 해제되는 순간 이 같은 혜택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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