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3600억 적자 의정부 경전철, 15개 업체 "새 주인하겠다" 지원

양길성 2018. 4. 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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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철' 새 주인 찾기에 사업자 '우르르'
운영비 보전한다지만 활성화 대안은 없어
지난해 5월 파산한 의정부경전철. 양길성 기자


의정부경전철은 지난해 5월 26일 파산했다. 4년 10개월간 누적 적자가 3600억원에 달했다. 승객 수는 개통 후 줄곧 예상 수요의 40% 아래에 머물렀다. ‘흉물’ 취급을 받는 경전철을 살리기 위해 의정부시는 지난해 10월 새 민간사업시행자 선정에 들어갔다. 수익성이 낮은 탓에 새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적자철'로 불리는 의정부경전철에 15개 업체가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철도운영사 5곳, 기타(개인) 1곳을 비롯해 대형 금융기관 9곳도 관심을 보였다. 의정부시는 자금조달·운영능력을 평가해 11월 중 사업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새 사업자는 협약 체결일부터 2042년 6월까지 경전철을 운영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경전철 운영 방식을 최소운영수입보장(MRG)에서 최소비용보전(MCC)으로 바꾼 것이 사업자들을 끌어모은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MCC’ vs ‘MRG’

의정부경전철은 당초 MRG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MRG는 말 그대로 운영에 따른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주무관청(의정부시)이 사업자에게 돈을 지급한다. 의정부시는 협약 당시 승객 수가 예상 수요의 50%를 넘으면 80%까지 수익을 보장하는 내용의 MRG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 승객 수는 예상 수요의 40%도 미치지 못했다. 사업자 'U라인'은 보전금을 한 푼도 못 받았다. 결국 3600억원대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난 5월 파산했다.

MCC는 적자가 났을 때 운영비를 보전해준다. 대신 흑자가 나면 이익금 일부나 전부를 시에서 회수한다. 큰 수익을 가져오긴 힘들어도 MCC가 사업자에게 부담이 적은 방식인 셈이다. 지하철 9호선이 MCC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이번 새 사업자 모집에서 MCC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운영에 따른 손실을 100% 보전해준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사업자가 낸 투자금(최소 2000억원 이상)도 이자까지 쳐 돌려준다. 사업 종료일인 2042년 6월까지 원리금과 이자를 분기별로 분할 상환해준다. 의정부시 경전철사업과 관계자는 “임시 사업자인 인천교통공사가 1년 운영비 165억원에 계약했는데 지난해 수입이 120억원에 그쳐 45억원가량을 보전해줬다”며 “운영 손실액에 투자금 반환 비용을 더해 연간 200억원 내외 보전금이 사업자에게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CC가 사업자를 모집하기 좋은 운영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기업이 손해를 볼 일이 없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운영사 관계자는 “100% 비용을 보전해주면 기업이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금 먹는 하마 'MRG'

MRG 방식은 '세금 먹는 하마'란 지적을 받고 있다. MRG 탓에 연간 수천억원 세금이 철도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이고 있어서다. 공항철도가 대표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잇는 공항철도는 2007년 개통 때 MRG 요건으로 사업이 운영됐다. 예상 수입의 90%까지 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전철처럼 개통 당시 기준 실제 승객(1만280명)이 예측 수요(16만1391명)에 한참 못 미치면서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국토부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공항철도 적자 보전에 쓴 돈만 1조4262억원에 달했다. 결국 국토부는 2015년 6월 MRG를 폐지하고 비용보전방식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40년까지 재정부담을 7조원 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산·김해 경전철도 지난해 4월 MRG 방식에서 MCC 방식으로 바꿨다.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은 실제 이용객(3만~5만명)이 예상 승객(17만6000명)에 못 미치면서 매년 평균 425억원씩 지방재정을 갉아먹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적자보전금 1068억원이 투입된 용인경전철도 2013년 MCC 방식으로 변경했다.

◆MCC라고 다를까?

다만 전문가들은 “MCC 방식 하나만으로 적자 철도 문제를 해결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승객을 늘리려는 자구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공항철도가 MRG 폐지로 향후 22년간 재정부담 7조원을 아낀다고 예상했지만 비용보전으로 바꾼 뒤에도 공항철도는 연 수천억원 세금을 갉아먹고 있다. 비용보전 방식으로 전환한 2015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공항철도에 쏟은 재정지원금은 4280억원이다. MRG 방식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엔 32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경전철도 비슷한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의정부경전철은 기존 교통수단인 버스 수요를 고려하지 않아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경기 의정부 신곡동에 사는 조모씨(28)는 경전철을 타지 않은 지 2년이 넘었다. 버스가 훨씬 편하고 빨라서다. 조 씨는 “출근할 때 집 앞에서 3200번 버스를 타고 7호선 수락산역에 내리면 15분 정도 걸린다”며 “반면 경전철을 이용하면 회룡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 뒤 7호선 도봉산역에서 또 한 번 갈아타야 하고 시간은 30분으로 두 배 늘어난다”고 말했다.

적자 보전금을 줄이려면 수요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국건설연구원 관계자는 “승객을 늘릴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백억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건 마찬가지”라며 “일반철도와 연계를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비용보전 방식 덕에 15개 업체가 몰렸지만 노선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사업자가 계약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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