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떼고 갈까, 같이 할까"..재건축 복병 "골치 아프네"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진통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엮여 있어서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2차 단지 상가의 쇼핑센터 소유주 일부가 조합설립 인가권자인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초구가 항소하지 않으면 조합설립이 취소된다. 서초구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쇼핑센터는 건물 지분을 48명이 나눠 가진 공유건물로 등기돼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공유건물은 건물 각 호실마다 등기가 이뤄진 구분건물과 달리 대표자 1명만 조합원으로 인정한다. 이에 조합은 상가 대표 한 명에게만 조합원 자격을 줬는데, 이에 반발한 상가 조합원들이 조합설립이 무효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건물이 지분공유 형태로 등기돼 있더라도 집합건물법이 제시하는 요건만 충족하면 구분소유권을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도 하다.
신반포12차 조합 관계자는 “구분등기를 증명하기에 불충분하고,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사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항소 등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사업이 정상화하려면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합은 용적률 299.95%를 적용해 최고 35층, 479가구(임대 56가구)로 짓는 내용의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지난달 주민공람을 마친 상태다. 상가부지도 계획안에 포함돼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재건축 단지도 상가 조합원들의 반발로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담삼익아파트 상가 소유자 일부가 강남구를 상대로 제기한 조합설립인가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상가 소유자들이 승소하면서다. 이 조합은 2003년 아파트 소유자만 모아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데, 상가 소유자들이 상가 분할을 전제로 아파트 소유자들끼리만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강남구가 같은 달 바로 항소해 여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관리처분인가까지 받았지만 일반분양은커녕, 최악의 경우에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피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겼다. 용적률 299.84%가 적용돼 최고 35층, 1230가구(임대 140가구)로 지어질 예정이다.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조합 집행부 선출 등을 두고 내부 갈등도 있어 사업이 장기화할 우려도 커졌다.
이런 일은 강남권뿐 아니라 재건축을 진행하는 지역이라면 흔히 볼 수 있다.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은 갈등 때문에 지난해 아예 상가동을 제외하고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세우기도 했지만, 상가 소유주들이 찬성하는 쪽으로 급선회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같은 지역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용산 래미안 첼리투스’는 아예 상가동을 제외하고 재건축을 마친 상태다.
단지 상가와 갈등을 빚는 재건축 조합들이 종종 나타나는 이유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허물고 새로 짓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크게 없다. 하지만 상가의 경우 철거부터 공사 진행 과정에서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새 상가에서도 이전처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 재건축에 부정적인 소유주들이 많다. 임차인이 있다면 권리금 회수 여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조합설립 요건이 동별 소유자 3분의2 이상 찬성에서 2분의1 이상 찬성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갈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상가 소유주의 경우 재건축 이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재건축에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라면서 “큰 틀에서 보면 상가까지 재건축을 하는 게 맞지만, 상가 반발이 심하다면 경우에 따라 상가를 빼고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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