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시장 '시큰둥'.. 재건축은 '사업 지연' 우려

윤아영/최진석/민경진 입력 2018. 7. 11. 18:02 수정 2018. 7. 1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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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신도시급 개발' 논란
'국제금융중심' IFC 공실 허덕
신규 공급 많아 20%대 비어
파크원·MBC 부지 등 잇단 개발
마스터플랜 연계 땐 재건축 지연
일부는 기대감에 "매물 회수"

[ 윤아영/최진석/민경진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피스 전문가들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국제금융센터(IFC)를 비롯해 주요 금융회사 사옥이 들어선 동(東) 여의도 일대. /한경DB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여의도 통합재개발’ 방안에 대해 여의도 오피스시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유지가 많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데다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국제금융허브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금융회사들이 거꾸로 여의도를 대거 빠져나가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2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놀거리, 볼거리, 숙박까지 원스톱 해결

지난 10일 박 시장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여의도를 국제금융지구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금융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사무실의 연면적뿐만 아니라 금융 종사자들의 업무·생활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융 종사자들이 여의도에서 일할 뿐만 아니라 놀거리, 볼거리, 숙박까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실제로 재생본부에서 여의나루에 최고급 요트 선착장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 여건도 고민하고 있다. 첫 시도로 올 3월부터 여의도로 이전하거나 여의도에서 신규 창업하는 금융회사에 최대 6개월간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진행 중인 아파트단지 땅의 일부를 기부채납받아 숙박시설 등을 짓거나 한강시민공원 등 공공부지에 놀이시설을 더 설치하는 정도 외에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영업환경이 좋은 도심으로 대거 이전하는 상황인데 글로벌 금융사들이 여의도로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여의도 엑소더스

여의도에선 금융사들의 ‘탈(脫)여의도’ 바람이 거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증권, 유안타증권 등 증권사와 주요 금융사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쌍둥이빌딩’으로 유명한 LG그룹 계열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새로 문을 연 마곡지구 신사옥으로 이주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대거 판교 등 신흥 벤처밸리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여의도를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 계획으로 서울시와 금융감독원이 야심차게 개발한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는 여전히 높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IFC2의 경우 공실률이 절반에 달한다.

기업은 떠나고 신규 오피스빌딩 공급이 이어지면서 여의도권역의 공실률은 20%대에 육박했다.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는 올해 말 여의도권역의 공실률을 19.4%로 예상했다. 2022년에는 26.6%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년간 약 85만㎡에 달하는 대규모 오피스빌딩 공급이 예정돼 있어서다. 올해엔 교직원공제회빌딩(연면적 8만3381㎡)이 준공한다. 2020년엔 현대백화점, 쇼핑몰, 호텔 등 복합상업시설과 오피스빌딩이 들어서는 파크원(연면적 39만1967㎡)이 준공한다. 여의도우체국(연면적 6만8000㎡), KB통합사옥(연면적 5만6000㎡) 등도 같은 해 입주에 들어간다. MBC 부지(연면적 24만5555㎡), 사학연금사옥(연면적 14만2087㎡) 등 대형 개발사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한 오피스빌딩 전문가는 “금융사와 방송국들이 여의도를 떠나면서 정체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지연 우려도

11개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사업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연동해서 개발하려면 사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기부채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 K공인 관계자는 “초고층을 허용하는 대신 토지 40%를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방식은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 때 실패했다”며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기대로 매물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여의도동 S공인 관계자는 “대교아파트 전용 95㎡를 시세보다 비싼 12억원에 내놨던 매도인이 오늘 아침 갑자기 팔지 않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집주인들이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겠다는 박 시장 발언 영향으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아영/민경진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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