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개발'에 불붙은 여의도·용산 집값.. 보름새 2억 올라도 "안 팔겠다"

최진석/윤아영/선한결 2018. 7. 18. 17: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집값 안정' 정부 정책과 정반대 행보 논란

박원순 시장 '발언' 다음날 8건 팔리고 거래 '뚝'
후암동 경매물건, 105명 몰려 감정가 229% 낙찰
서울시 "논의할 것 많다"..전문가 "투자 신중해야"

[ 최진석/윤아영/선한결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언급하자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고 2억원 급등했다. 철로 지하화와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된 철도정비창 부지 주변. /한경DB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4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목화아파트. 18일 이 아파트 인근 C공인중개소를 찾아 매수 의향을 밝히자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C공인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9억4000만원(2층)에 거래된 전용 89.26㎡ 매물이 재건축 호재로 계속 올라 이달 초 12억원까지 상승했다”며 “며칠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대대적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말한 뒤 호가가 14억원까지 올랐지만 팔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는 박 시장의 지난 10일 발언이 잠잠하던 여의도 일대 아파트 가격을 들쑤셔놓고 있다. 그가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를 지하화하겠다”는 용산 개발 계획도 다시 강조하면서 용산 일대 아파트값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청와대, 정부가 집값 안정에 고심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핵심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시장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집값 과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 발언에 고삐 풀린 여의도·용산

여의도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박 시장의 ‘여의도 통개발’ 발언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시장에 나와 있던 재건축 추진 아파트 매물 8건의 거래가 모두 체결됐다. 나머지 매물은 집주인이 거둬들였다.

M공인 관계자는 “대교아파트는 전용면적 95㎡를 지난주 1억원 높인 13억원에 내놨고, 매수자가 붙자 거둬들였다”며 “언제 다시 내놓을지, 얼마를 부를지 집주인들도 모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D공인 대표는 “박 시장이 세 번째 임기 초반부터 강조한 만큼 서울시가 준비 중인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마스터플랜 발표 후엔 1억~2억원이 더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촌동 대림아파트 전용면적 84.78㎡ 매물은 호가가 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역대 최고가다. H공인 관계자는 “이달 초 14억원이던 매물이 이촌1주택재건축정비사업 정비계획 입안 소식이 전해지면서 5000만원 상승했다”며 “이후 박 시장이 철도 지하화 등 용산 마스터플랜을 재확인하자 또다시 5000만원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기대를 타고 용산 단독주택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후암동 98.2㎡ 단독주택 경매에는 응찰자 105명이 몰렸다. 서울 부동산 법원경매에서 개별 건 응찰자가 100명을 넘긴 것은 10년 만이다. 이 단독주택은 2종일반주거지에 있는 3층 높이 건물이다. 2016년 9월 기준 감정가 2억8375만원이었지만 응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의 229%인 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박은영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용산에서 꼬마건물이 희소하다 보니 전국에서 응찰자가 몰려 낙찰가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개발계획 발언 신중해야…성급한 투자 경계”

박 시장 발언에 대해 “구체적 실체 없이 호가만 밀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집값 잡기’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개발 계획을 성급하게 내놨다는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대규모 개발 사업은 모든 준비가 됐을 때 발표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훅 던져 파장이 크다. 호가만 오르고 있다”며 “정부가 의도한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발 호재만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여의도는 학군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사교육 시설이 부족해 중산층 거주지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다”며 “실거주 측면에선 강남만큼의 편의성을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센터장은 “이촌동도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할 계획인 만큼 주거지역보다는 오피스 밀집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주거지로서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와 용산 마스터플랜은 아직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여의도는 일러야 9~10월에 발표할 수 있는데 이른 시기에 개발 계획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계획 수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석/윤아영/선한결 기자 iskra@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글방]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