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테크 위해.. 한 아파트 당첨자 절반이 부부 공동명의로

이미지 기자 2018. 7. 1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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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0가구 중 739건 접수

지난달 중순 서울 양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에는 길게 행렬이 만들어졌다. 이 아파트는 이미 3월에 청약과 추첨, 계약이 모두 끝나 모델하우스는 문을 닫을 일만 남은 상황. 기다리는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서류를 들고 있었다. 분양권 명의를 당첨자 개인에서 '부부 공동'으로 변경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명의 변경에 관한 개별 문의가 폭주하자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아예 한 번에 신청 접수에 나선 것. 지난달 11~14일 나흘 동안에만 739건이 접수됐다. 분양 물량 총 1690가구의 43.7%에 달한다. 분양 소장은 18일 "명의 변경 문의가 아직도 접수되고 있다"며 "특정 아파트 단지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분양권 명의 변경을 신청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디에이치자이 개포’모델하우스의 분양 당시(3월) 모습. 청약 일정이 끝나고 문을 닫았던 이 모델하우스는 지난달 당첨자 절반에 가까운 700여 명이“개인 명의를 부부 공동 명의로 바꾸겠다”고 해 다시 문을 열었다. /고운호 기자

올 상반기 전국 주택 증여 거래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고가(高價) 주택과 다주택자를 상대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면서, 이를 피하려는 부부간 주택 증여가 급증한 것이다. 증여는 특히 서울 강남 4구와 마포, 용산 등 주택 가격 상승률과 공시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과세 강화 기조가 계속되면서 절세 방법으로 증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절감 효과 커 부부간 증여 인기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증여 거래 건수는 5만4644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이다.

배경에는 보유세, 그중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있다. '부동산'에 부과되는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사람'에게 부과돼, 지분을 쪼개면 금액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안 낼 수 있다.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를 상대로 한 보유세 인상을 거론해왔고, 최근 실제로 세율 인상 등을 담은 종부세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종부세는 1주택자 기준 공시가격 9억원 이상부터 부과된다. 실거래가격이 대략 13억원 이상인 아파트가 대상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전용 84㎡의 분양가는 14억3000만원. 1주택자 개인 명의일 경우 재산세와 종부세 등을 합한 보유세 485만원을 준공 연도에 내야 한다. 통상 준공 시점 공시가격이 분양가 수준으로 결정되는 점을 바탕으로 추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아내나 남편에게 지분 절반(7억1500만원어치)을 증여해 부부 공동 명의로 돌리면 보유세는 인당 200만원으로 줄어든다. 한 집에서 연간 84만원씩을 아낄 수 있는 셈.

부부간 증여세 면제 한도는 10년에 6억원이다. 그 이상 증여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그와 별개로 증여액의 4%인 취득세는 다 내야 한다. 추연길 세무사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권은 취득세가 없다. 모델하우스에 인의 행렬이 생겨난 이유다.

나중에 팔 때 양도세를 절감하는 효과도 크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아 최소 6억~7억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돼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양도세는 누진과세로 시세 차익이 클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14억3000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준공 2년 후 20억원까지 오른다면 개인 명의일 경우 양도세로 1억890만원을 내야 하지만 부부 공동 명의일 경우 인당 4313만원씩 8627만원이 부과된다. 2262만7000원 적은 금액이다.

증여 건수 역대 최대…

주택 증여는 고가 주택이 몰린 서울에서 특히 많이 이뤄졌다. 올해 1~6월 1만2850건이다. 작년 1년 동안의 증여 건수(1만3611건)에 육박한다. 가격 상승 폭이 컸던 서울 강남 4구와 마포, 용산 등에서 증여 거래가 급증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가 있는 강남구(1643건)를 비롯해 서초구(1512건), 송파구(545건), 강동구(973건) 등 강남 4구가 중심이었다. 각종 개발 호재가 있었던 용산구(599건)도 작년 상반기의 3배 수준까지 건수가 증가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센터장은 "고가 주택일수록,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될수록 개인 명의보다는 부부 공동 명의로 개인 지분과 시세 차익으로 인한 수익을 줄여야 세금을 덜 낼 수 있다"며 "정부가 내년부터 고가 주택이나 토지를 보유한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내놓은 만큼 세(稅)테크를 잘하는 게 돈을 버는 방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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