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보유 땅 여의도 82배..정부, 토지수용 보상제도 손본다

진희정 기자 2018. 7.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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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등 보상금액 둘러싼 국제소송도 염두
국제적 기준 부합 '토지수용·보상제도' 정비방안 마련
국토교통부 제공© News1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정부가 토지수용 보상제도를 정비한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외국인 소유 토지 등에 대한 수용사례와 분쟁이 증가할 것을 예상해서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의 토지수용 과정에서 보상금액을 둘러싼 국제소송 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는 총 12만3327필지 239㎢다.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82.4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며 전체 국토 면적에서는 0.2%를 차지한다. 외국인 보유 면적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의 총 공시지가는 30조118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미국인(혹은 법인)이 전체 외국인 보유 면적의 52.2%인 1억2481만㎡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Δ일본 7.8% Δ중국 7.5% Δ유럽 7.3%를 차지했고 나머지 국가가 25.2%를 보유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외국인 보유 토지가 4272만㎡로 가장 많았다. 면적도 2016년보다 12% 늘었다. 전남이 3777만㎡로 그 뒤를 이었고 Δ경북(3561만㎡) Δ제주(2165만㎡) Δ강원(2049만㎡) 등에도 외국인이 상당한 토지를 갖고 있었다.

국내 외국인 보유 토지 중 임야·농지가 1억5436만㎡로 64.6%를 차지했다. 공장용(24.5%), 레저용(5.1%), 주거용(4.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소유자 유형별로는 외국 국적 교포가 1억3268만㎡(55.6%)로 가장 많았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각 지자체에 '정비구역 내 외국인 소유 토지와 건축물 현황 파악' 관련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주거환경관리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정비사업 전반에 걸쳐 외국인이 얼마나 부동산을 갖고 있는지 살펴본 것이다.

사전 작업을 거친 국토부는 최근 '외국인 투자활성화에 따른 토지수용 및 보상제도 정비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민간의 토지수용 증가 등으로 공익사업과 토지수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 토지수용제도 중 국제기준과 다른 부분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해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같이 나선 것은 한 미국 시민권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의향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시민권자가 된 서모씨는 재개발사업으로 서울 마포구 대흥2구역의 본인과 남편 명의의 부동산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보상금액이 낮다며 중재의향서를 냈다.

중재의향서란 향후 중재소송에 앞서 소송의사가 있다는 점을 통보하는 절차로 실제 소송은 의향서 접수 90일 후부터 가능하다.

서씨가 중재를 제기하려는 건 보상금액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씨가 낸 중재의향서에 따르면 그는 남편 박씨와 함께 지난 2001년 대지면적 188㎡ 규모의 가정집을 33만달러에 샀다. 서씨가 지분 76%, 남편이 24%씩 보유했다. 이후 이 지역 재개발사업조합은 2008년 마포구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이후 2012년 서씨의 집을 포함해 일대가 재개발지구로 지정됐다.

2016년 1월 서울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가 서씨의 부동산에 대한 보상금을 81만776달러로 매겼으나 서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2017년 1월 열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85만달러로 상향됐으나 이 역시 시장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거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재판결과 및 소송, IS 제소 등 국제분쟁을 포함해 토지수용과 보상관련 해외 투자협정 체결 현황을 분석해 앞으로 체결되거나 개정될 해외 투자협정상에서 분쟁 가능성을 예방하고 대응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익사업 범위 조정, 보상수준 현실화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토지수용과 보상제도 정비방안을 도출해 내년 상반기까지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hj_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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