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기다려 달라" 20조원대 일자리예산 예고한 당정청.."밑 빠진 독에 물붓기" 비판 봇물

세종=정원석 기자 2018. 8. 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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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靑, "그간 정책 효과 되짚어보자" 김동연 주장 일축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5000명에 불과한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은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의 최고위급 당국자들이 19일 부랴부랴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의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할 경우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존 정책방향을 고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경제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 발언이 회의장 밖으로는 울리지 못한 것이다.

대신 당정청 고위 당국자들은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는 일자리 예산 증가율을 올해(12.6%)보다 더 높이기로 했다. 올해 일자리 예산 편성액이 19조2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21조6000억원 이상 예산이 각종 일자리 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총 30조원 이상 일자리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이날 당정청 회의 결과에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 장하성 "정부 믿고 기다려 달라" vs 김동연 "그간 정책 수정·개선 검토해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달 악화되고 있는 고용지표 성적표에 놀라 회의를 소집한 당정청의 고위 당국자들은 "최악의 고용부진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 여론에는 선을 그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재 경제성장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된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는 활력을 띄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층, 노년층, 저소득층 고용과 소득을 확대하고, 가계지출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도 적극 추진할 것이니 때문에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여당 지도부의 생각도 장하성 실장과 똑 같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면서 "정부 여당이 1년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한 것도 이 문제 해법을 찾아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 급감 등 어려워진 고용시장 사정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등 정책 부작용 때문일 수도 있다는 고민을 보여준 것은 김동연 부총리가 유일했다. 그는 "고용문제가 어려운 것은 구조요인, 경제요인, 정책요인이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엔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재정투입형 일자리 사업 확대하기로…전문가 "고용시장 구조변화 이해 못해"

그렇지만, 김 부총리의 발언은 이날 회의 분위기와는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었다. 김태년 정책위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정청은 최근의 고용 부진이 제조업 구조조정,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 업황 부진 등 경기적 요인과 함께 생산가능인구 감소, 주력 산업의 고용창출력 저하, 자동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 가능성이 일부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이 내놓은 일자리 해법도 기업 일선과 소상공인들이 제기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속도 조정, 노동시장 주 52시간 단축의 업종별 차별적용 등 정책 속도조절 요구와 거리가 멀다. 당정청은 △추경 사업 집행 점검 강화 및 4조원 규모 재정보강 패키지 신속 추진 △내년 일자리 예산의 올해 증가율(12.6%) 이상 확대 △신산업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마련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계획 추진 △생활밀착형 SOC(사회기반시설) 대폭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고위 당정청 회의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혹평 일색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추경 편성 등을 통해 총 34조원이 일자리 사업에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고용지표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재정 투입식 일자리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력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 전환, 과도한 노동비용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정책의 속도조절, 부동산 경기 위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규제 일변도 정책의 수정 등이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이미 수년째 제조업 중심이었던 기존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용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것이 고용시장을 급격하게 악화시킨 원인"이라면서 "무턱대고 ‘재정 투입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걸 보니 정부 당국의 최고위급들이 현재 고용시장 구조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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