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10년 새 '서울' 12% 오를 때 '5개 광역시'는 60% 뛰었다

김종훈 선임기자 2018. 8. 1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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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0년 단위·20년 단위’ 집값 증감률 살펴보니
ㆍ지방이 오름세 주도…서울, 외환위기 후 20년 새 238% 폭등
ㆍ2010~2014년 새 서울 10% 하락…언제든 추락 가능성 있어

8·2대책 발표 1년을 맞은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근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부동산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서울-지방 초양극화’는 언제부터 이어져온 것일까. KB국민은행의 부동산 통계 시계열자료인 ‘아파트매매가격 전월 대비 증감률’을 통해 이를 알아봤다. 분석 대상은 집값 등락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아파트 가격 변화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014년 8월 이후 48개월간 내린 적이 없다. 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 등 5대 광역시 역시 2016년 7월 이후 25개월 연속 상승세다. 반면 지방 8개도는 2016년 3월 이후 29개월째 하락세다. 아파트 가격 흐름만 본다면 ‘서울-지방 양극화’라기보다는 ‘서울 등 수도권과 5대 광역시-지방 8개도 양극화’가 맞다.

그런데 분석기간을 조금만 넓혀보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10년으로 했을 때는 ‘지방-서울 등 수도권 양극화’로 판세가 뒤바뀐다. 특히 6대 광역시와 8개 시·도가 20~30%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던 2010~2014년 사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0% 가까이 하락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릴 것 같지 않은 지금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지만 언제든 추락할 수 있음을 통계가 보여준다.

■ 지난 10년은 ‘지방 전성시대’

집값은 정부 정책에 따라 요동친다. 다만 정책의 효과는 일정 기간이 지나야 달성된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정책이 뒷북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해도 정책의 결과는 후행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10년을 보면, 수도권 집값은 노무현 정부 시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투기수요 억제책이 뒤늦게 효과를 발휘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서울의 경우 2010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35개월 연속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방 아파트 가격은 정부 규제를 피해 급상승했다. 특히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안정을 찾은 전국 집값을 들썩이게 한 기폭제가 됐다.

2008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10년간 전국 아파트 가격은 26.25% 상승했다. 오름세를 주도한 것은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이 아니다. 인천을 제외한 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 등 5개 광역시가 60.06% 올랐고, 8개 시·도 역시 40.89% 올랐다. 서울은 12.63% 증가에 그쳤다. 이 기간 아파트 가격이 가장 적게 오른 곳은 경기와 인천 등 서울 외 수도권 지역이다. 경기가 1.57%, 인천이 2.26%의 미미한 증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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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 이후로는 서울 집값 더 올라

1998년 7월 대비 2018년 7월의 아파트 가격 비교는 1998년의 아파트 가격이 외환위기로 일제히 하락하면서 ‘하향 평준화’를 이루었던 시기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당시 서울 강남의 아파트 평당 가격은 500만원 안팎이었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2차 아파트의 경우 30평형이 1억4500만원까지 하락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시 비슷한 가격대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방에 비해 2배 안팎으로 비싸기는 했어도, 지금처럼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서울-지방 간 아파트 가격 차는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경기 부양과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펴는 가운데, ‘재건축 붐’이 일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이 서울 강남 등에 집중되면서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2000년 서울 강남 아파트들은 전용 84㎡가 3억원 안팎이었으나 1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20년 전 아파트 가격 대비 현재 가격 비교에서 서울과 수도권이 가장 많이 오른 것도 외환위기 직후 10년간의 가격 폭등에 기인한다. 서울은 그사이 238.28% 올랐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 168.84% 대비 1.4배에 해당한다. 이때의 오름폭과 최근의 상승세가 ‘서울-지방 초양극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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