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發 지하도상가 '임차권 거래금지 불똥' 인천으로 번진다

정병묵 2018. 8. 2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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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지하도상가 양수도 금지 추진
내달 조례 개정 위한 주민공청회 개최
전국 최대규모 인천 지하상인들
"권리금 날리고 생존권 박탈" 분통
인천시가 서울시에 이어 지하도상가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금지하는 조례 개정에 나서면서 상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시 부평 지하도상가 모습.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현 정부 기조 중 하나가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완전히 소외돼 있어요.”

서울시발(發)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수·양도(상인끼리 임차권을 사고 파는 것) 금지 후폭풍이 인천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인천시가 전국 최대 규모인 시내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상가 임차권 거래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상인들은 재산권과 생존권을 침해받을 위기에 처했다며 관련 조례 개정 저지에 나설 태세다.

인천시는 앞서 서울시가 지난달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한 것을 계기로 관련 조례 개정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인들과와 인천시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관련기사 : 8월16일자 출구 없는 '권리금 대란'에 뿔난 서울 지하도상가 상인들 )

◇조례 개정 움직임에 점주들 ‘분통’

인천지하도상가 현황. 인천시설공단
인천시는 내달 주민 공청회를 열어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개정 관련 해당 상가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점주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하도상가는 지난 1971년 새동인천상가를 시작으로 총 15개 3579개 점포가 조성돼 있다. 이는 서울시(2788개)보다도 많은 전국 최대 규모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상가 임차권 양수·양도 금지 △상가 임차권 공개입찰 전환 △상가 전대(轉貸·빌린 점포를 다시 빌려주는 것) 금지 등이다. 인천시는 지난 6월 말 1차 공청회를 열어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조례 개정 의지를 보여왔으나 상인들의 거센 반대로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점포 2788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하도상가 임차권 거래는 전국 지자체들이 위법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섣불리 손 대지 못했던 문제다. 지하도상가는 사유재산이 아니어서 매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상위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매매를 허용해 온 시 조례가 10년 넘게 충돌해 온 것이다. 시 조례가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 상인들은 합법적으로 상가 전대 등을 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국가권익위원회 및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시정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에는 감사원이 인천 지하도상가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수십년 간 넘게 장사를 한 상인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15년간 옷가게를 운영해 온 A씨는 “인천 지하도상가가 전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데 지역 상인들에게 가는 금전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20년 가까이 합법이었던 것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전했다.

◇상인들 “보상금 필요 없고 장사나 하게 해 달라”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인천시 조례를 뜯어 보면 서울시보다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 있다. 임차권 거래를 허용했던 것은 서울시와 마찬가지지만, 인천은 2002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대까지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상가 운영기간을 상인들의 개·보수 투자 규모에 따라 연장해 주도록 조례에서 규정한 것도 문제다. 가령 부평대아 지하도상가는 최근 상인들이 개·보수 금액에 투자한 금액에 따라 2037년까지 운영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서울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시와 기본 계약기간(5년) 및 심사를 통한 추가 연장기간(1~5년)을 합쳐 총 6~10년간 계약을 맺는다.

인천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인들은 현재 합법인 임차권 매매 및 전대를 못하게 되며, 직접 투자비를 지출해 보장받은 임대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장사할 권리를 획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안 지하상가에서 10년간 옷가게를 운영한 B씨는 “지금까지 법대로 인테리어에 돈 쓰고 10년 더 기간을 연장받았는데 공개입찰로 바뀐다면 그냥 나가라는 이야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생존권이 오가는 엄중한 사안으로 이번 사태를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지하도상가의 경우 암암리에 거래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 최대 쟁점이라면 인천은 온도차가 조금 다르다. 장사가 잘 되는 부평쪽 일부 상가에는 권리금이 형성돼 있지만 대부분은 권리금이랄 게 없다. 즉 장사를 아예 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반동문 인천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일각에서는 보상 얘기도 나오는데 자체 추산한 결과 인천지역 전체 피해보상액이 9000억원 수준”이라며 “시가 그럴 돈이 있으면 인천시민들에게 쓰고 수십년 동안 이 자리에서 생업에 종사해 온 대로 계속하게 해 달라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시는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재산권이 개입된 문제라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겠지만 상인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풀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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