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사들이던 대기업, 이젠 너도나도 팔아치우네
삼성생명이 영국에 보유한 '런던 서티 그레셤' 빌딩을 싱가포르 부동산 개발 업체 윙타이홀딩스에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독일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 런던 본사가 입주해 있는 빌딩인데, 삼성생명이 2013년 3억1000만파운드에 매입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과 6월에도 서울 순화동 에이스타워와 대치동 대치2빌딩을 각각 1998억원과 1905억원에 팔았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신세계·금호아시아나·부영 등 대기업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자산 구조 조정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경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현금 확보에 나선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서울 오피스빌딩 매각 32% 증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5월 종로구 신문로1가 본관 건물을 도이치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매각액은 4180억원. 현대차그룹 관계사인 현대라이프생명은 여의도에 있는 현대카드·캐피탈여의도사옥 1관을 1775억원에 팔았다. 부동산 시장 큰손으로 떠올랐던 부영은 삼성화재로부터 4380억원에 매입한 을지빌딩을 1년 만에 매물로 내놓고, 매각 주간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피스빌딩뿐만 아니라 토지나 건물 매각도 추진 중이다. GS그룹 계열사 GS에너지는 서울 성내동 R&D(연구·개발) 센터와 경기 연천 유휴 부지 매각을 진행 중이고, 신세계 I&C도 최근 구로동 토지와 건물 등을 500억원에 매각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해양플랜트 모듈 등을 제작하던 온산 공장을 매각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2분기 서울 오피스빌딩 거래는 20동, 거래액은 2조5407억원이었다. 작년 2분기 거래는 17동, 거래액은 2조1435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거래액은 4조6181억원으로 작년보다 32% 급증했다.
◇금리 오르고, 경기도 불안불안… "비쌀 때 팔아 현금 확보" 기업들의 부동산 매각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 빌딩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금 회수, 유휴 부지 매각 등 자산 재분배, 유동성 부족이나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현금 확보 목적 등이다.
지난 7월 강남 N타워는 3.3㎡당 2925만원에 매각되면서 오피스빌딩 단위 면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삼성물산 서초사옥이 3.3㎡당 3050만원에 팔리면서 곧바로 깨졌다. 2분기에 매각된 오피스빌딩 20건 중에서 9건(45%)의 매각 주체가 기업이었다. 교보리얼코는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기업들의 자산 매각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보험사들이 현금 유동성 확충을 위해 부동산 매각에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보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은 것도 원인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를 기록하면서 1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 7월 대한상의가 2200개 제조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금조달지수는 2분기 87에서 3분기 77로 크게 낮아졌다. 자금조달지수가 100 아래면 자금 사정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보다 나쁘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유로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 미·중 통상 마찰, 터키 등 주요 신흥국 경제 위기 등을 꼽았다.
◇계열사 지분 매각도 잇따라 대기업들은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도 잇따라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주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 두산밥캣 지분 1057만주(10.55%) 전량을 매각해 3681억원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월과 6월 CJ대한통운 지분을 1573억원에 팔았다. 삼성물산도 보유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20%를 9000억원가량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지배 구조 개편, 재무 구조 개선, 경기 불확실성 대비 등을 위해 현금을 미리 확보하는 수단으로 부동산 매각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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