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밥집서 식도락 명소로"..여의도 상권은 변신중

김수현 기자 2018. 9.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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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7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여의도 IFC몰 지하 2층 식음료 매장가. 대부분의 식당은 이미 식사 중인 사람으로 만석이었고, 상당수 매장 앞엔 대기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서울의 대표적인 직장 상권 중 하나다 보니 주말이면 한가할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몰 전체가 붐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유동인구가 꽤 됐다.

그래픽=정다운

성혜진(28·가명)씨는 "여의도에 살아 IFC몰에 자주 가는 편인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면서 "반려견을 동반할 수 있는 매장이 늘어나는 등 몰 구성이 다양하게 바뀌고부터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잇따른 기업 이탈로 여의도 부동산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상권은 자구책을 통해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직장인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찾는 상권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종합 부동산서비스기업 메이트플러스 어드바이저가 BC카드의 데이터를 분석해 공동으로 발간한 2018년 2분기 리테일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여의도 상권 유동인구는 2분기 평균 44만3000명으로 전 분기(39만3000명)는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42만6000명)보다 더 늘었다. 카드 사용액도 늘어서, 지난해 2분기 1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1150억원으로 15% 정도 증가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여의도 직장인구의 카드매출액 비중은 줄고 있지만, 외부 유입인구 매출 비중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의도 상권의 외부인구 매출 비중은 2분기 58.5%로 1년 전(56.8%)보다 3%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직장인구 비중은 34.9%에서 33.1%로 감소했다. 거주인구(14.6→14.5%) 비중은 큰 변화가 없었다. 매출 외부 의존도가 높은 강남역 상권(89.4→62.7%)과 명동 상권(78.1→76.7%)의 외부인구 매출 비중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권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 몇 년간 여의도를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늘면서 직장인 의존도가 높은 이 지역 상권 또한 맥을 못 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탈 여의도 바람’이 이어진 데다, 여의도 터줏대감 기업인 LG그룹 계열사들도 지난해 말부터 마곡지구 신사옥으로 이전을 시작했다. 우려와 달리 상권이 꽤 건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유가 뭘까.

2015년 서울시가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후 정례화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여의도 야시장은 서울 시내 대표 명소 중 하나로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야시장의 지난해 전체 방문객 수는 192만명이었고, 올해 상반기는 108만명으로 집계됐다. 보통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야시장 방문객 수가 더 많은 편이다.

여기에 여의도의 주요 유통 시설이 개편에 나서거나 새로 문을 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8월 여의도 SK증권 건물 지하 2층~지상 2층에 맛집 편집숍인 ‘디스트릭트 Y’가 문을 열었고, IFC몰도 최근까지 1년간 전체 100여개의 입점 브랜드 중 40개를 교체, 식음료 매장(F&B)과 체험 공간 등을 대폭 늘렸다. 올해 5월에는 신영증권 신사옥 저층부에 직장인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복합문화공간도 문을 열었다. F&B, 패션, 여가 생활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매장부터 소형 전자 제품 편집숍, 수입차 딜러사까지 다양한 매점이 입점해 있다.

오피스 저층부를 리테일 시설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대형 리테일 시설을 포함하는 ‘파크원’과 MBC 부지 복합개발 사업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여의도 상권의 변신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선영 메이트플러스 컨설팅사업부 이사는 "여의도 상권이 ‘오피스 밥집’이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많이 탈피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형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동여의도를 중심으로 상권이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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