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부동산 대책, 업계·시민단체 '갸우뚱

유수환 2018. 9.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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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 13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건설·부동산업계와 시민사회 양쪽 모두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단기적으로는 주택매매시장과 분양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은 내놓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 등은 분양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건설업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에서 시민사회에서는 종부세 강화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법인기업을 제외한 개인에게만 전가하고 있고, 공시지가 가격 조정이나 분양원가 공개 등의 규제책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종부세 강화, 투기억제엔 일부 효과…가격 누르기 실효성 ‘반신반의’

건설·부동산업계 및 시민사회 모두 정부의 종부세 강화에 대해 투기억제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앞으로 3억원 및 3~6억원(시가 기준 18억~23억원) 종부세 과세구간의 추가구분, 3주택이상자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상자에 대한 종부세 추가 세율 부과와 세 부담이 상한 조정(150%→300%)된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부산 해운대, 세종 등 전국 43곳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게 다른 지역 3주택자와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팀장은 “서울 강남권외 한강변 등 특정지역의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종부세 부담이 주택 추가 구입을 막고 투기수요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종부세는 인별 과세이므로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서 부부공동 명의나 증여를 본격화하는 움직임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위원은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에 핵심적인 것은 원정 투자 등의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1가구 1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혜택 요건을 강화하고, 종부세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연구원은 “이번 종부세 방안은 기존의 수요자(다주택자) 보다는 집을 한 채 보유한 신규 수요자들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부세 등이 법인기업이 아닌 개인에게만 전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을 제외한 고가 다주택자 대상으로 한 방안은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는 평가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김성달 부동산감시팀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법인들이 종부세를 내는 비중이 훨씬 크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단순히 개인 고가 다주택자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때문에 부동산 억제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지난 7월 9개 광역지자체의 공시지가 상위 100위를 분석한 결과 시세반영률이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에 시가 200억원 대의 상가를 보유해도 낮은 공시가격으로 인해 종부세 대상이 제외됐다.

또한 주택이 토지비와 건물값이 합쳐져 세금을 내는 반면, 제2롯데월드 등 법인이 소유한 수천억원의 건물은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토지는 별도합산으로 세금이 책정되어 개인에 비해 세금 혜택을 받는다.

이어 “보유세 가운데 비중이 크게 차지하는 것은 종부세가 아닌 재산세”라며 “종부세 강화만 가지고 투기를 잡겠다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담보대출 등 규제방안…건설업계 ‘시장위축’ vs 시민사회 “여전히 미흡”

종부세 외 정부 규제방안에 대해서도 각 계의 온도 차는 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일부 부동산업계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 방안을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라고 꼽는다.

주택사업 비중이 큰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할 경우 아무래도 분양시장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새 아파트 분양 시 대출을 끼고 분양을 한다. 하지만 규제에 묶이면 청약경쟁률 및 분양률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미분양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충격이 예상 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114 윤지해 연구원은 “이번에 정부의 규제 방안은 기존의 다주택자가 아닌 (다주택을 원하는) 신규 수요자들의 투자수요를 제한하려는 것을 방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집값을 잡으려는 근본적인 대응책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 김성달 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아파트 건설 분양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기도시공사가 7일 공개한 아파트 건설원가의 실제 건축비가 분양 건축비와 26%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전용면적 84㎡(33평)을 기준으로 실제 건축비보다 4400만원을 더 낸 셈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도 13일 논평을 통해 “보유세 정상화와 함께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전면적인 시장 구조 개혁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부동산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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