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 노트]서울시가 막아선 그린벨트 해제, 풀어도 5000가구뿐

안장원 2018. 9. 1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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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막고 매도 길은 안 터줘
매물 잠김 현상 더 심해질 수도
공시가격 현실화가 매도 압박할 듯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제외
공급 대책 최종판은 연말 돼야 나와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한 서울 강남구 강남지구. 94만㎡ 부지에 6700여가구가 들어섰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현금 주고 사는데 대출 억제 효과 있나..매물 안 풀리고 답 못 찾는 공급 확대

9·13부동산대책은 거품이 일며 부글부글 끓는 물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거품이 꺼지고 물 온도가 더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거품은 임대사업자 제도 약용 등의 투기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직접 원인’은 제거하더라도 ‘근본 원인’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정부도 원인으로 인정한 ‘매물 부족’ 해결책이 안 보여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할 때 “매물 부족 상황에서 투기수요 등이 가세하며 시장 불안 가중”이라고 진단했다.

다주택자는 팔기보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거나 버티기 할 가능성이 크다. 임대 등록 세제 혜택이 많은 전용 85㎡ 이하, 공시가격 6억원 이하는 임대 등록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세제 혜택이 없는 주택은 보유세를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중과 때문이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이는 비과세 동안 두 집에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양다리’ 수요를 억제하고 기존 주택 처분 시기를 앞당겨 시중 매물을 늘리려는 뜻이다.

하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처분을 재촉하지 않아 당장 시중 매물을 늘리지 못한다. 기간 단축을 이번 대책 발표일 이후 취득하는 주택부터 적용해서다.

2002년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일시적 2주택 비과세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줄일 때는 유예기간을 두며 기존 보유 주택도 적용했다. 개정 시행 전까지 새집을 취득한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시행 후 1년 이내에 팔게 했다.

기존 주택 임대주택 등록이 급증하면 '매물 잠김'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초강력 수요 억제책임에도 한계가 있다.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는 제한하지 못한다.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지난해 8·2대책 후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수가 많이 줄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에서 늘어난 예금취급기관 주택담보대출금액을 주택 매매거래 건수로 나누면 건당 3000여만원이다. 8·2대책 전 같은 기간 건당 5400여만원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 풍부한 유동성에 대출과 상관 없이 현금을 주고 집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출받을 필요 없이 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가 성행한 것도 대출 의존도가 낮다는 방증이다. 정부에 따르면 갭 투자 비율이 50~60%다.

이번 대책 후에도 ‘똘똘한 한 채’ 수요는 여전하다. 다만 똘똘한 한 채 가격이 좀 내려갈 수 있다.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이 늘어서다.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이 공시가격 9억원 초과다. 일부에선 ‘준고가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매물 증가를 유도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는 게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다. 정부가 밝힌 대로 올해 집값 상승률 만큼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하면 내년 보유세 부담이 확 늘어난다. 공시가격을 내년 4월 말 확정하기에 앞서 3월에 예정가격을 열람 공고하는데 이때 시장이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 6월 1일 소유자에게 내년 보유세가 나오기 때문에 높은 보유세 부담에 일부는 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

주택시장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시키는 대책으로 21일 발표될 공급확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이날 발표가 시장에 기대에 부응할지 미지수다.
자료: 부동산114
정부는 업계·전문가 등이 많이 요구하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논외로 두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많이 진척돼 현 상태로도 재건축·재개발 신규 공급 물량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2만가구를 밑돌던 연간 재건축·재개발 입주 물량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만6000~4만1000가구로 급증하기는 한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의 집값 폭발력도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제외하고 주택 공급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유휴지를 활용하거나 일부 지역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건축 연면적 비율)을 높이는 걸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은 아주 제한적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택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난색을 보이고 있어 씨름 중이다.

막상 그린벨트를 풀더라도 시장이 만족할 만한 주택공급을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풀 수 있는 그린벨트가 많지 않아서다.

그동안 강남권 그린벨트는 풀릴 만큼 풀렸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그린벨트를 해제한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강남권에 4곳을 지정해 개발했다. 총면적이 600만㎡이고 건립 가구 수는 1만9000가구다. 그린벨트 해제 지구로 위례신도시도 있다. 송파구 면적이 257만㎡이고 주택은 1만6000여가구다.

다른 소규모 택지들을 포함해 2000년 이후 강남권에 그린벨트를 해제한 면적이 총 780만㎡ 정도이고 건립 주택은 5만3000가구 정도다. 서울 전체로 보면 면적 1300만㎡, 주택 9만여가구다. 그린벨트 개발이 강남권에 가장 많았다.

업계는 서울에서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5000가구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 5000가구는 한 해 서울 입주 물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서울 공급량으로 부족하면 판교와 같은 강남권 대체 택지가 필요한데 역시 난항이다. 관심을 끌 만한 과천은 주민과 과천시장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공택지
이번 21일 발표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공급 대책에 실망하기는 이르다. 정부는 연말까지 공급확대 계획을 계속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 등을 고려해 더욱 ‘센’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연말까지 지켜봐야 한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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