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대전 미친 집값 잡을까?.."투기심리 진정" Vs "풍선효과로 추가상승"

박진환 입력 2018. 9.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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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동·도안신도시 등 신도심 일대 '오늘이 가장 싼 날'
시가 5억 아파트가 1년 만에 7억까지 폭등 30% 이상↑
투기세력 확산에 공급부족·고분양가 집값 상승 부채질
9·13대책 영향 급등세 주춤 Vs 풍선효과로 상승여력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대전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동산 투기세력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만큼 당분간 지역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한 부동산 규제로 대전 등 지방에서는 풍선효과에 따른 부동자금 유입이 계속되면서 향후 추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전지역 부동산 시장은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투자론과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에 이어 대전도 미친 집값…1년새 30~40% 급등

지난해 말부터 대전 서구와 유성구 등 신도심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갑천친수구역(도안 호수공원) 내 첫번째 공동주택인 갑천 3블록 트리풀시티를 분양한다는 소식에 올 초부터 도안신도시 일원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심지어 도안신도시에서는 아파트값을 놓고, ‘오늘이 가장 싼 날’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신도심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평균 1억원, 많게는 30~40% 넘게 오른 지역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전용면적 84㎡인 A아파트(기준층 25층) 거래금액은 지난해 3월 5억 8900만원에서 지난 7월 6억 9000만원으로 급등했다.

대전 도안신도시 내 최대 단지규모를 자랑하는 유성구 상대동의 B아파트(전용면적 119㎡·기준층 5층)도 지난해 10월 5억 7000만원에서 이번달 7억 2500만원으로 11개월 만에 1억 5500만원이 올랐다. 지난해 11월 7억 2000만원에 거래됐던 대전 서구 둔산동의 C아파트(전용면적 134㎡, 기준층 9층) 역시 지난 7월 8억 7500만원으로 1억 5500만원이 상승했다.

대전 유성구 상대동 부동산중개업소 업주는 “최근 1년 동안 전평형에서 최소 1억원이 올랐다. 가격이 하루게 다르게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그간 나왔던 매물도 자취를 감추고, 사실상 매매 거래가 사라졌다”면서 “최근에는 전세나 월세 문의만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세종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대전의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면서 “갑천 3블록 아파트 분양과 함께 원도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정비 사업과 각종 개발사업들이 발표되면서 신도심은 물론 원도심 지역의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세종 등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 풍선효과로 인해 대전 등 지방 대도시로 부동자금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도 높아 당분간 대전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이 추가적으로 나와야 지역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기세력에 공급부족·고분양가까지…집값 상승 부채질

최근 1년 동안 대전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원인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정책 혼선과 함께 부동산 투기세력의 지방진출, 분양가 고공 행진 등의 영향이 겹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과 함께 세종시 등에 대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발생한 ‘풍선효과’를 가장 큰 주범으로 지목했다. 대전 등 지방 대도시에 갭(Gap) 투자 등을 위해 서울의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전의 전세가격은 매매가 대비 60~80% 수준으로 대출 규제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시가 5억원의 아파트를 3000만~5000만원만 있으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세력은 수채에서 수십채씩 아파트를 사들인 뒤 수개월에서 1년 동안 가격을 평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올린 뒤 단기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다.

대전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10여명에 달하는 고객들이 몰려와 백화점에서 쇼핑하듯이 아파트를 싹슬이했다”면서 “이들은 신도시 내 지하철 역세권, 중소형 등으로 전세 계약이 있는 물건을 선호하는 반면 실입주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대전에서 공동주택 신규 공급이 거의 없었고,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를 동반 상승시키고 있는 점도 문제점이다. 대전 서구와 유성구 등 신도심에서 분양이 됐거나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 가격을 보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가정동 일원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의 경우 관할 구청인 유성구에 접수된 3.3㎡당 평균 분양가는 1500만원선을 웃돌면서 지역 분양시장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상황을 틈타 건설업체들이 비상식적인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점도 지역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손꼽힌다.

김영철 노은영무114 대표는 “대전 등 지방도 서울 집값이 올라간 것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대전의 경우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주변 아파트 시세가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지난 수년간 신규 공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아파트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현 시점에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9·13 대책 이후 시장 상황과 자금 사정, 공급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택 구입 시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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