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노후 빌딩, 층수 높여줘 임대주택 짓게하자"

김충령 기자 2018. 10. 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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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市長의 공공임대주택 구상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곳곳에는 '사무실 임대' 광고가 붙어 있었다. 2개 층이 6개월째 비어 있는 건물 주인 한모(46)씨는 "최근 대형 업무 빌딩이 많이 생긴 데다 문을 닫은 어학원이 늘며 공실이 폭증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종로구 부동산 업체 사장 양모(50)씨는 "종로 대로변 중소 규모 업무 빌딩 중엔 공실률이 절반인 곳이 6~7곳이나 된다"고 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광화문·종로·을지로 도심.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 일대의 업무용 빌딩 공실률은 15.6%에 달한다. 서울시는 빈 사무실 일부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종찬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도심 공공 임대주택 공급 구상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일부 해제해 신규 택지를 마련하겠다는 정부안(案) 대신 이러한 도심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박 시장이 언급한 도심은 업무용 빌딩 비중이 높은 서울 종로구·동대문구·중구 일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광화문·종로·명동 권역의 공실률은 15.6%다. 여의도·영등포 등 여의도 권역(10.8%)과 강남 권역(9.4%)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일본 도쿄 도심의 공실률도 2%대에 그친다. 서울시는 공실률이 높은 사무실 빌딩 중 일부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도심의 노후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때 임대주택을 포함하도록 하는 대신 사업자에게 용적률을 풀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용적률은 토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을 높이면 그만큼 층수를 높일 수 있어 사업자에게 유리하다.

용도 복합형 개발은 세계적 추세…'집값 잡기'엔 한계

이 같은 도심 내 사무실 빌딩에 주택을 포함시키는 '복합 개발'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뉴욕·런던처럼 서울도 고밀도 복합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무 공간만 있는 도심은 퇴근 시간 이후 '유령 도시'로 변하게 되는데, 여기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도심 공동화도 막고 공간 효율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박원순 시장이 밝힌 공급 대책에 대해 "취지는 좋으나 '집값 잡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우선 개인 건물인 사무실 빌딩에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선 소유주의 동의가 요구된다. 소유주가 동의를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존 업무용 빌딩을 주택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상업용 건물과 주거용 건물은 채광 기준부터 주차 대수까지 적용 기준이 다르다. 공실이 많은 오피스텔이라고 해도 같은 층 몇 개 호실은 주택으로, 나머지 몇 개는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기업 NAI프라퍼트리 정은상 센터장은 "건물주 동의는 물론 주거와 업무 공간을 어떻게 분리할지 등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의 양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무용 건물 1개당 100호씩 주택을 공급한다고 해도 잘해야 서울 도심에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1만호 남짓에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노후 건물을 헐고 임대주택을 추가해 새로 짓는 데만도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봤다.

"재건축·재개발 확대도 고려해야"

도심 임대주택 공급이 자칫 난개발로 변질될 우려도 나왔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도시계획을 할 때 주거·상업지역 등을 구분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복합 개발의 순기능도 크지만, 도심 난개발이란 역효과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하면서 내놓은 대책이 주택 분양 확대가 아닌 임대주택 공급이란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서울의 공공 임대주택 비율을 10%로 올린다'는 것은 집값 잡기 대책이 아니라 본래 박 시장의 3기 시정 목표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도심 재개발·재건축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승배 대표는 "(박 시장의 대책이) 서울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라며 "집값 잡기란 국가적인 숙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확대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주택법 개정 등 관련 요청이 온 것은 없다"며 "이와 별개로 서울시와의 그린벨트 해제 협의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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