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롯폰기힐스 月임대료 1000만원.. 박원순의 도심 공공주택은?

김충령 기자 2018. 10. 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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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공공임대주택이 풀어야 할 3가지 과제

일본 도쿄 도심의 대표적 복합 단지 '롯폰기힐스'. 11만㎡(약 3만3000평) 부지에는 사무 공간(모리타워)을 중심으로 쇼핑센터, 방송국, 호텔, 미술관, 그리고 791세대의 주거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보통 업무 시설만 빼곡한 도심은 저녁이 되면 사람이 별로 없지만, 거주민들이 있는 롯폰기힐스는 밤에도 불야성(不夜城)이다. 도심의 낙후 지역이던 이 일대는 상업·업무·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롯폰기힐스가 2003년 오픈하면서 연평균 3000만명이 방문하는 도쿄 대표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밝힌 '도심 공공 임대주택'도 도심 노후 건물 자리에 주상 복합 빌딩을 지어 도심을 활성화하고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관계 부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3일 밝혔다.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 주택시장에선 "서울에도 도쿄·런던·파리처럼 주거·상업·업무·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고밀(高密) 복합 단지'가 생길 것"이란 기대와 주택 문제를 해결할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교차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공공 임대주택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아직 검토된 것이 없다"고 했다.

도심 복합 단지 '모범 사례' 롯폰기힐스, 107㎡(30평형) 월 임대료 1000만원 넘어

도심 임대주택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임대료다.

교통 여건이 우수하고 각종 업무·상업·문화 시설을 두루 갖춘 입지에 들어서는 주택이다 보니 임대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일본 부동산 업체 켄렌트에 따르면 롯폰기힐스의 월 임대료는 79㎡(약 24평)가 80만엔(약 787만원), 107㎡(32평)는 102만엔(약 1003만원) 수준이다. 초고층 건물이다 보니 주택 관리 비용도 높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들어선 도쿄 도심의 아크힐스, 롯폰기힐스, 오모테산도힐스 등의 복합 단지는 도쿄의 대표적 부촌(富村)으로 꼽힌다. 종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도심에 고가 임대주택 물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서울시가 공급하려는 것은 저렴한 임대주택일 텐데, 입지 특성상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도심인 종로의 주택 임대료를 봐도 민간 사업자들이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에 나설지 의문이다. 시세 조사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종로의 한 주거형 오피스텔 24평형(전용 81㎡)의 월 임대료는 220만원(보증금 2000만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에 뛰어들지 의문이다. 서울시는 도심의 노후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을 때 임대주택을 포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을 풀어준다는 계획이다. 용적률은 토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로 용적률을 높이면 그만큼 층수를 높일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민간 사업자가 수익성이 높은 하이엔드형(고급형) 임대 대신 공공 임대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건물주 입장이 돼서 사업성을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임대주택으로 포기해야 하는 개발 이익만큼에 해당하는 보상 없이 의무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을 밀어붙이면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범정부 차원 규제 완화 있어야"

개발 계획에 착수해 실제 준공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고려 요소다. 롯폰기힐스는 1986년 재개발유도지구로 지정된 뒤 준공하는 데까지 17년이 걸렸다. 이 중 14년은 지구 내 500여 명의 지주와 협의를 거치는 데 소요됐다. 비교적 소유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쿄 시나가와(品川)역 동편 철도화물기지를 복합 단지로 개발한 '시나가와 인터시티'도 1984년 첫 계획이 수립된 후 2003년 완공까지 19년이 걸렸다.

도심에 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을 엄격히 구분하는 현행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공실률이 높은 사무실 빌딩 중 일부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돌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선 일부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4 주택도시정비공단을 도시재생기구(UR)로 재편하며 신도시 중심의 주택 공급에서 도심 재개발로 주택 정책을 전환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해외 선진국들은 필요에 따라 건물 쓰임새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컨버전(용도 변경·Conversion)이 용이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왔다"며 "한국도 중장기적으로 컨버전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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