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부동산 안정', 문제는 경제 지각변동 후폭풍

정건희 기자 2018. 10. 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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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채 위험, 소비·투자 축소 불가피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된 저금리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는 지적에 이 같이 답했다. 이어 “넘쳐나는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주택시장 정상화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간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차치하더라도 김 장관이 금리를 부동산 과열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한 것은 가치중립적으로 ‘맞는 말’이긴 하다. 은행 금리가 시장의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국내 부동산이 투자시장에서 가지는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면 상관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금리 인상=부동산 안정’이라는 공식을 절대화할 순 없지만 효과는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4일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수익률 저하로 직결된다”며 “정부의 대출규제에 이어 금리가 인상되면 시장은 상승세가 꺾이는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현금 부자들을 제외하면 대개 부동산 투자는 은행 대출을 끼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리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을 때 적용되는 이자율을 말한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동일한 대출금이라도 상환 액수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는 거둔 수익에서 대출금리에 따라 은행에 내는 이자를 뺀 금액이 ‘수익’이 되는 구조다. 고로 금리가 오르고, 은행이 가져가는 금액이 커질수록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결론에 도달한다.

바꿔 말하면 은행금리가 낮은 경우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수요도 많아진다. 시장에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은 상승하게 마련이다. 김 장관은 저금리를 유동성 과잉의 원인으로 칭하고, 부동산 폭등과 연결시켜 이를 지적했다. 이자에 대한 부담이 적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들이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 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도 상승시키면 대출 받아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줄 것이고 부동산 가격도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조금 관점을 틀어보면 ‘수요 분산’이라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인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주식 등의 투자가 리스크에 비해 저축을 통한 수익률과 큰 차이를 내지 못하는데 굳이 실물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반면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은 저리의 예금에 자산을 묶어두기보다 보다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게 된다. 이에 자연스럽게 부동산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대표적 투자처인 주식시장이 일반에 ‘개미지옥’으로 인식되는 반면 부동산 성공 신화는 주변에 흔하다. 산업화시기를 지나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이 최우선 투자처로 인식되는 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곧 부동산 상승 진화로 직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27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자 국내 기준금리도 조만간 동반 인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금리 인상에 대해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신중한 분위기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도 동반상승하면 가계와 기업의 소비 및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추세가 가시화된 것으로 해석하지만 현재 경제성장률 전망과 체감 경기는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금리 인상은 부동산 뿐 아니라 주식시장 및 경상수지, 투심, 소비심리 등에 총체적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정부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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