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린벨트 딜레마, "이미 훼손된 땅" VS "도시 확장 억제"

김판 기자 입력 2018. 10. 1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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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방대한 면적의 3등급 이하 그린벨트가 있지만 개발은 늘 찬성과 반대가 부딪히면서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3등급 이하의 훼손지(地)라도 10년 정도 관리하면 1∼2등급의 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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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3등급 이하 개발 공방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방대한 면적의 3등급 이하 그린벨트가 있지만 개발은 늘 찬성과 반대가 부딪히면서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그린벨트가 해제될 때마다 논란은 되풀이됐다. 그린벨트 해제 논쟁이 그린벨트의 ‘면적’보다 ‘기능’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3등급 이하 그린벨트가 이미 크게 훼손된 땅이기 때문에 환경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주택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현실론도 내세운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새로운 택지 개발 후보지를 선정할 때 그린벨트가 일부 포함된다면 이를 해제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얘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14일 “그린벨트는 보존하는 게 원칙이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환경적 가치가 낮은 지역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보존이냐 해제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그동안 “환경등급평가 3등급 이하면 이미 나무도 자라지 않고, 사실상 그린벨트가 완전히 훼손된 지역들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그린벨트가 정부의 개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손쉬운 토지 공급처로 전락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그린벨트의 등급이 낮아도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그린벨트 자체가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역할도 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이 제시하는 이른바 ‘3등급론’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맹지연 생태보전국장은 “그린벨트는 기본적으로 개발을 제한하는 선(line) 역할을 한다. 도시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일부 훼손이 됐다고 이를 해제하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그린벨트의 취지를 국토부가 나서서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린벨트 해제는 같은 여당 소속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의견 충돌을 보일 정도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여당과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입장 차이가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 자체가 정책 목표는 아니다”면서 “당의 방침은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자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서울시와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3등급 이하의 훼손지(地)라도 10년 정도 관리하면 1∼2등급의 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린벨트 해제는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정부와 환경단체의 입장이 다 일리가 있다”면서 “결국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정부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이 해제 후보지의 환경 실태를 다 같이 검토하는 방안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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