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경'이 된 삶터.. 망리단길에 무슨 일이?

김창성 기자 입력 2018. 10. 17. 06:15 수정 2018. 10. 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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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에도 망리단길에 모여든 젊은층. /사진=김창성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 소재 망리단길이 울상이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등과 함께 서울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지만 몰려드는 방문객에 주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는 등 주객이 전도된 탓이다.

평범한 주택 밀집 지역이던 망리단길은 몇년 전부터 외부인이 들어와 오래된 주택이나 상가건물 등을 개조해 작은 카페나 식당, 액세서리숍을 차려 주목받았다. 주택가 골목에 경리단 길과 같은 상권이 자리하며 인기를 끌자 ‘망원동+경리단길’의 합성어인 망리단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 망리단이 정식 동네 이름도 아닌 데다 엄연한 주택가인 만큼 주민들의 주거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상권 역시 유명세를 타면서 임대료가 치솟았고 이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임차인이 수두룩하다. 너도나도 울상인 망리단길에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예쁘다 VS 별 볼일 없다

“인터넷으로만 봤는데 꼭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대구 거주 A씨
“굳이 왜 여기까지 먼 길을 왔나 후회가 됩니다.” 의왕 거주 B씨
“커피 맛이야 거기서 거기죠. 사진 찍으려고 왔어요.” 고양 거주 C씨

최근 망리단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방문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유명세를 탄 상권 치고는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평일에 비까지 내려 오가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지만 외국인관광객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연령은 20대 여성이나 커플이 주를 이뤘다. 일부 방문객은 비가 오는데도 주택가 건물을 개조해 만든 상권을 배경으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한 다세대 건물 1층에 자리한 유명 카페. /사진=김창성 기자
한 방문객은 손에 망리단길 명소 지도까지 프린트로 뽑아와 손에 들고 곳곳을 탐방 중이었다. 서울 보문동에 사는 D씨는 “서울에 살면서도 이제야 여길 와봤다”며 “하필 비가 내려 불편하지만 거리가 예뻐 SNS에 올릴 사진을 많이 건졌다”고 기뻐했다.

경기 성남에 사는 E씨는 “TV에서만 보던 곳에 와 기쁘다”며 “사진을 전공하기 때문에 이곳저곳 촬영하고 있는데 망리단길은 평범함 속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라 사진 색감도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들처럼 망리단길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사진 찍기 바쁘다. 가까운 곳에서 왔건, 먼 곳에서 왔건 일부러 시간을 내 일부러 찾아왔기 때문에 관광 목적이 강하다. 여기저기 예쁜 골목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욕구가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혹평하는 이들도 있다. 경기 안양에 사는 F씨는 “여자친구가 전부터 계속 오자고 졸라서 왔는데 대체 왜 유명한지 알 수가 없다”며 “오래된 집이나 건물을 개조했다는 것 외엔 특별한 게 없고 계속 오고 싶을 만큼 신기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울 필동에 사는 G씨도 같은 생각. 그는 “가로수길은 비싸고 경리단길은 언덕이라 별로지만 망리단길은 그나마 평지고 비싸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커피 맛이야 다 비슷비슷한데 솔직히 궁금해서 사진 한번 찍으러 오면 그걸로 끝”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주거·상권, 서로가 불만인 곳

“담배냄새 나고 시끄러워 살수 가 없어요.” 망원동 주민 H씨
“막무가내로 불법주차하는 사람들 때문에 화납니다.” 망원동 주민 I씨
“매출이 오르지 않아 장사를 접을까 고민입니다.” 카페주인 J씨

현재 망리단길 골목골목은 불만이 가득하다. 주민들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방문객에 밤낮없이 시끄럽고 담배냄새도 심하다며 불만이다. 망원동은 다세대 주택과 빌라, 소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있는 주거 밀집지역이지만 카페·식당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는 바닥이다.

주민 K씨는 “날이 선선해서 창문을 열고 싶어도 담배 냄새가 밀려와 열 수가 없다”며 “한번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나가서 따졌더니 밖에서 피우는 게 무슨 문제냐고 목소리를 높여 실랑이를 벌인 일도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세대 주택에 있는 한 음식점. /사진=김창성 기자
주민 L씨는 “왜 주택가 건물을 개조해 장사할 수 있게 허가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지금도 여기저기 공사 중이다. 공사소음도 시끄럽고 외부인 소리도 너무 시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M씨는 막무가내 식으로 늘어난 불법주차 차량을 지적했다. 그는 “주택가라 가뜩이나 도로 폭도 좁고 거주민 주차공간도 부족한데 외부인들이 막무가내로 주차하고 있다”며 “나가서 따지면 커피 한잔 뽑아서 갈 건데 그것도 못 기다리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로 따진다”고 황당해 했다.

상인들도 울상이다. 유명세에 따라 방문객이 늘자 임대료가 치솟았지만 매출은 늘지 않아서다. 식당 주인 N씨는 “여자나 커플 손님이 대부분이고 평일·휴일 가리지 않고 방문객이 많다”며 “다만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가게는 북적여도 매출이 얼마 안된다”고 씁쓸해 했다.

카페 주인 O씨도 비슷한 입장. 그는 “평범한 주택가가 다양한 콘셉트의 가게로 바뀌다 보니 신기해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면서도 “객단가가 낮은데 오랜 시간 머물러 있다 가는 이가 많아 매출은 제자리”라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2호(2018년 10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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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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