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대형 재건축] "금간 아파트 재건축 요구도 무시"..여의도 단지 심의 '0'

한동훈 기자 2018. 10. 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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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마스터플랜' 보류에
시범·공작아파트 무기 연기
39년차 은마, 네번이나 고배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는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제동
재건축, 주택 공급 80% 담당
집값안정 위해 규제 완화해야
서울의 알짜 재건축 사업들이 잇따라 지연되는 가운데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이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경제] “녹물이 나오고 벽에는 셀 수 없이 금이 갔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집값 불안정을 이유로 주민들의 재건축 요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결정이 보류된 서울시 ‘마스터플랜’ 때문에 우리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까.”

17일 서울시청 앞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시 마스터플랜 보류 이후 재건축이 무기 연기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주민부터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층까지 참가자들도 다양했다. 준공된 지 48년이 됐는데도 재건축에 좀처럼 진척이 없자 주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직격탄을 맞은 곳은 여의도 일대 아파트다.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12개다. 1971~1978년에 지어진 아파트들로 모두 재건축 연한을 채웠지만 아직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시범아파트와 공작아파트가 지난 6월 서울시 도계위에 상정됐지만 여의도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드는 밑그림인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이에 이들 단지는 마스터플랜 공개에 맞춰 정비계획을 다시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 집값 급등으로 박원순 시장이 8월 마스터플랜 추진을 보류하기로 하면서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정비계획 심의가 또다시 지연될 조짐을 보이자 패닉에 빠진 상태다. 서울시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등 서울시의 전체 계획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아직 상정하지 못했다”며 “도시계획과 등 관련 과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5단지’는 연내 도계위 수권소위원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잠실 주공5단지는 빠른 재건축 추진을 조건으로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다. 6월 총회에서 공모 1등 작인 조성룡 건축가의 설계안을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에 조합은 즉시 서울시 수권소위 상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잠실 주공5단지 내 신천초 부지의 기부채납을 두고 서울시와 교육청이 대립 중인데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준공된 지 39년이 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계위 심의에서 지금까지 네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공공 보행통로 변 시설 계획 등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구 압구정 단지 재건축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압구정아파트 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 심의에서 보류된 후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다. 최근 압구정 3구역이 강남구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단지 내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계획한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협의가 필요하다. 이 밖에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후 30년’을 채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는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예비안전진단만 받고 추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알짜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이 이처럼 지연되는 것은 집값이 오르자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에 더욱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공급의 주요 ‘파이프라인’인 재건축 사업을 막을 경우 주택 부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주택공급에서 재건축·재개발 의존도가 80%에 이르는데 주요 재건축 단지의 사업이 늦어질 경우 향후 3~5년 내 주택 수급이 타이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순증 물량(준공 물량에서 멸실 물량을 뺀 수치)은 2012년 2만3,900가구에서 2014년 3만5,500가구로 증가했다가 2016년 2만3,000가구로 감소했다. 강남4구는 2012년 3,200가구에서 2016년 1,500가구까지 줄었다.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건축을 옥죌 경우 앞으로 몇 년 안에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재건축을 막아서 집값 오름세가 꺾인 것도 아니다”라며 “2000년대 초반에도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때 잠실에 대규모 재건축이 진행돼 2003년께 전셋값과 집값이 안정화된 사례가 있는 만큼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동훈·박윤선·이재명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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