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조업 동남벨트.. 아파트값도 82주 연속 추락

창원=정순우 기자 입력 2018. 10. 19. 03:17 수정 2018. 10. 2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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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하나둘 문 닫으며 사람 떠나
중개업소엔 '급매물' 가득.. 가구거리엔 세 집에 한 집꼴 폐점

지난 17일 찾은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대창HRSG공장. 인기척 없는 마당에는 새빨갛게 녹이 슨 대형 구조물만 널브러져 있었다. 2016년만 해도 이 회사는 플랜트 기자재로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강소기업'이었지만 전방산업의 급격한 몰락으로 올해 3월 부도 처리됐다.

17일 오후 울산 동구 화정동 가구·의류점 거리에 있는 한 건물에 1·2층 임차인을 구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 지역 상권은 경기 침체로 주변 제조기업들이 어려워지고 청장년층 근로자들이 도시를 떠나면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주택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이 늘면서, 아파트 값도 하락하고 있다. /김충령 기자

공장에서 동쪽으로 약 5㎞ 거리에 있는 아파트촌도 썰렁했다. 공인중개업소에 붙은 전단 열에 아홉은 '급매물'이었고 인근에 밀집한 가구, 의류 상점들은 세 집에 한 집꼴로 폐점 상태였다. 집집마다 '폐점정리' '전국최저가' 등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동구 인구가 2만명 정도 줄었는데 대부분 공장에서 일하던 청장년층"이라며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나가면서 집값은 폭락했고 상권도 죽었다"고 했다.

한때 한국 제조업의 25%, 수출 24%를 차지했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동남권 제조업 벨트'가 흔들리고 있다. 기반 산업인 조선, 자동차, 기계부품업 등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한때 번화하던 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집값도 추락 중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을 살려야 부동산도 회복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용 20% 줄어든 울산, 아파트값 83주째 하락 중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울산은 83주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다. 공단에서 가까운 동구 전하동의 '울산전하푸르지오' 전용면적 59㎡ 매매가격은 작년만 해도 3억원을 웃돌았지만 지난달 2억7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아이파크'는 전용 101㎡가 이달 6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연초 대비 3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창원·양산·김해 등의 가격 하락으로 경남 전체의 아파트값도 82주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양산일반산업단지 인근에 있는 '양산우방아이유쉘' 전용 84㎡는 지난해 3억원이던 실거래가가 올해 8월 2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창원자유무역지역 맞은편에 있는 '봉암서광' 아파트 전용 59㎡는 2016년 1억325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에는 9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아파트값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구매할 만한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경남과 울산의 제조업 고용보험 피가입자 수는 각각 12.42%, 19.44% 줄었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명지대 교수)은 "수도권처럼 서비스업이 발달하지 못한 지방 공업도시에서는 제조기업 근로자가 곧 아파트 수요층"이라며 "제조업 종사자 감소는 집값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제조업 경기를 살리고 고용을 늘려야 부동산도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설상가상' 수요 없는데 공급 늘어

문제는 수요가 없음에도 아파트 공급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울산에서는 올해와 내년 약 2만 가구의 새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경남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6년 2만1053가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만566가구로 늘었다. 올해와 내년의 입주 예정 물량도 7만2000가구에 달한다.

미분양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2015년 말 3411가구에 불과했던 경남 미분양 아파트는 올해 8월 1만4912가구로 2년 8개월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 분양이 많았던 창원이 6829가구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창원에서 올해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분양률은 10%도 되지 않는다. 울산도 같은 기간 미분양이 437가구에서 1005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경남에서 활동 중인 중견건설사 대표는 "2년 전에는 미분양이 좀 있어도 1~2년이면 팔렸는데 지금은 장담할 수 없다"며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규제 좀 풀어준다고 회복될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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