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장사가 안될수가".. 주요 상권들이 무너지고 있다

김관웅 2018. 10. 2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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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불황 2題 상가는 문닫고 아파트는 거래절벽
종로·광화문·여의도 상가 52시간제로 폐점 줄이어
위례·미사 등 신도시 상권 지하철 개통 늦춰져 초토화
서울 종각역에 바로 붙어있는 1층 상가건물이 셧터를 내린 채 썰렁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바로 옆에 파스타 집이 문을 닫았어요. 주인에게 남은 계약기간 3년여 동안 월세만 내기로 했답니다. 장사가 워낙 안되니 문을 열어봤자 종업원 월급 등 운영비 손실이 더 많으니 차라리 문을 닫고 월세만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죠."(위례신도시 A중개업소 관계자)

"종각역 근처에 이렇게 빈 상가가 많기는 내 기억에 처음인 듯해요. 이곳은 젊은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모이는 곳이고 외국인도 많이 오가는 데라 장사가 잘되던 곳인데…."(서울 종각역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 상권이 극심한 내수침체로 문을 닫는 상가가 급증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울 중심부인 종로 일대와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 일대에도 불황으로 인해 장사를 접는 상가가 늘면서 상권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위례신도시·미사강변도시 등 서울과 인접한 신도시에서는 위의 사례처럼 아예 월세만 내고 장사를 쉬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위례·미사 등 신도시 상권은 문닫는 곳 계속 늘어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위례신도시는 조성 당시만 해도 휴먼링과 이주택지 상가가 유럽의 도시 같은 이국적인 설계로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위례신사선과 위례선 착공이 4~5년 이상 늦어지면서 이 지역 상권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창곡천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위례선과 위례신사선 추진계획을 계속 늦추면서 이 일대 상권이 초토화되고 있다"며 "아마도 1~2년 내에 상가 절반이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하는 모두의 광장 인근 한 해물요리 전문점 주인은 "도시와 건물외관들이 너무 이쁘고 중산층이 모여사는 곳이라고 해서 비싼 임대료를 주고 입점했는데 낮에는 거의 놀고 저녁장사밖에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까지 올라 홀에서 일하던 아주머니 한 분을 내보내고 장모님이 서빙을 하면서 인건비를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위례신도시는 상권의 경우 주변 교통망을 타고 외부 이용객이 유입돼야 하는 곳인데 계획된 전철은 무산되고 장지와 복정 쪽으로 나가는 도로망까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외부손님이 유입되기는커녕 여기 사는 사람도 저녁을 밖에서 먹고 온다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신도시가 완성 단계에 있는 미사강변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지하철 5호선 개통이 계속 늦춰지면서 미사역 인근 상권은 빈 상가가 좀체 채워지지 않고 있다. 지상 1층 상가와 상가주택 건물 1층도 임대 딱지만 붙어 있고 그나마 임대가 나간 곳도 계약을 한 사람이 입점을 늦추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미사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철이 작년 8월에 계획대로 개통됐으면 이 일대는 아마 엄청나게 북적댈 곳인데 너무 조용하다"며 "최근에는 불황이 시작되면서 상가 주인이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고 하는데도 계약이 잘 안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도 상권 침체 시작된 듯

서울 도심 상권에는 전형적인 불황의 그늘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 종각역 4번출구에서 종로3가 방향으로 대로변에만 1층에 빈 상가가 4개가 나왔다. 2층 이상 상가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지만 상가건물 2층 이상이 아니라 1층 대로변에, 그것도 전철역 출입구 인근 상가가 문을 닫았다. 건물을 통째로 매각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곳도 있다.

맞은편 대로변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1층 상가가 이렇게 많이 문을 닫는 경우는 없었던 거 같다"며 "이 일대는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웬만하면 장사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종변경을 위한 게 아니라 아예 빈 상가로 있는 건 못보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일대 상권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광화문역 인근 빌딩 지하아케이드의 경우 장사가 안되자 저녁영업을 격일로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호프집들은 점심장사를 위해 밥집으로 변신한다. A빌딩 지하아케이드 맥줏집 주인은 "새벽 1시 이후까지 장사를 하는데 점심장사를 위해 문을 일찍 연다"며 "피곤하지만 저녁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주인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주방일을 맡고 있는 친구와 장을 보고 점심 뷔페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종각역 인근에서 가장 먹거리가 좋은 곳으로 이름난 종로 르메이에르 상가도 최근 1층 북쪽상가 4곳이나 빈 상태로 있다. 인근 커피전문점 한 관계자는 "임대료가 비싸서 빈 상가가 생기는 게 아니라 손님 자체가 줄어서 그렇다"며 "저녁 때 오가는 사람이나 분위기를 보더라도 예전과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제, 내수침체에 3중고

이처럼 서울 도심 가장 번화가지역에서도 상권이 움츠러들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급증, 52시간근로제 시행으로 직장인의 저녁모임 감소로 인한 매출 저하,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외부손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 직장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 여의도의 경우 점심 때만 반짝 사람이 몰리고 저녁에는 주인과 종업원만 가게를 지키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여의도 한 지하아케이드 상가에서 10년 넘게 고깃집을 했다는 한 관계자는 "저녁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며 "예전에는 저녁예약이 밀려 손님을 못 받던 적도 있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최근 정책을 보면 자영업자에게 계속 폭탄을 던지는 꼴"이라고 진단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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