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저금리에 웃은 건 민간건설사 뿐

김민기 2018. 10. 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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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대출금리 인하효과로 사업비 줄고 수익성 늘어
정부 공공택지 매각도 한몫.. 일각선 서민혜택 외면 지적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1%대 인하로 낮추자 민간 건설사들도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게 대거 매각하면서 높은 수익을 챙긴 반면, 공공주택 인허가에는 오히려 인색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금리를 낮춰 건설사들의 금융 부담을 낮췄고 민간주택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나 국민들의 빚을 이용해 건설사들의 수익을 높여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저금리, 건설사 인허가 급증

25일 국토교통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매월 2만8000~3만5000만 가구 수준에 불과하던 민간 주택 인허가가 2015년 3월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대로 인하하자 4만8924가구로 급증했다. 이후 4월부터 4만9467가구, 5월 5만3129가구, 6월 6만766가구까지 치솟더니 7월에는 8만2490가구로 정점을 찍었다. 2015년 한 해 동안 매월 5만~8만가구의 주택 인허가가 이뤄졌다.

2015년 연간으로 봤을때는 전년 45만1931가구 대비 23만가구가 늘어난 68만8900가구의 인허가가 이뤄졌다. 2011년 43만4245가구, 2012년 47만7275가구, 2013년 36만497가구 등 연간 약 36만~47만가구에 그치던 주택 인허가가 2015년에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건설사 실적으로 직결되는 분양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주택대출 금리도 인하돼 주택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건설사들의 분양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택대출 금리 하락은 재고주택시장보다는 신규분양시장에서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면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이전되는 현상이 확대돼 매매전환 수요가 분양시장으로 유입하면서 건설사 수익성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실제 건설사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대한주택보증이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표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도 내려가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수익성이 좋아진다. 표준 PF 대출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3개월물에 가산금리가 붙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CD 금리도 인하된다. 건설사들이 표준 PF 대출 보증에 의지해 사업비를 조달하는데 대출 규모가 큰 편이라 금리가 조금만 인하되도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적지 않다.

■서민 혜택, 공공주택 인하가 오히려 줄어

금리 인하로 건설사들이 수혜를 입은 반면 이 시기에 공공주택 인허가는 오히려 줄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공공주택 인허가는 매년 10만~16만가구 수준이었지만 2013년부터는 7만9000가구로 줄어들더니 2014년 6만3320가구, 2015년 7만6428가구, 2016년 7만5802가구에 그쳤다. 정부는 이 기간동안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게 대거 매각하면서 높은 수익을 거뒀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택지매각 현황에 따르면 LH는 201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공택지 총 4198만9684㎡를 68조3877억원에 매각했다.

정 대표는 서울시 역시 2012년부터 2018년 6월까지 면적으로는 40만8805㎡(총 12만4000평), 매각가 기준으로는 1조8564억원 규모의 공공택지를 대기업 건설사 등에게 매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공공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직접 개발을 했다면 과거 발산지구 7단지를 3.3㎡당 792만원, 25평 기준 2억원에 공급했던 것처럼 집 없는 서민들에게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며 "서울시는 공공택지 매각을 중단하고 SH공사가 주도해 2억원이면 살 수 있는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햇다.

특히 정부가 금리를 낮추면서 시장에 자금 유동성이 높아지자 투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 등에 수요가 쏠렸고 이는 곧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집값 상승 등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금리 인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른다"면서도 "당시 미분양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시기에 갑자기 금리가 인하되면서 건설사들이 수혜를 많이 입었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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