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서울' 위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종합)

김유리 2018. 11.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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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20년 후 서울을 내다보는 계획에 담아야 할 것은?"

내년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 재정비 시점을 앞두고 서울연구원과 서울시가 재정비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플랜은 20년 후 도시의 미래상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장기계획인 만큼 재정비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지부터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계획의 광역성'이다. 구자훈 한양대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엔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대도시와 주변지역 전체) 전반의 종합계획을 담당하는 광역행정청(AMB)이 있다"며 "서울은 고립된 섬이 아니므로 서울플랜에 광역경제권 개념이 들어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GTX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간 통근 체계가 크게 바뀔 것"이라며 "서울에도 메트로폴리탄 문제를 같이 보는 광역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 "도시계획은 국토종합계획, 수도권정비계획 등과 연계돼야 한다"며 "수도권과의 관계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이 수도권에서 어떤 위상인지, 전 세계 도시 속에서 어떤 위치인지 큰 그림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야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수 가천대 교수 역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와 인천, 나아가 부산, 더 나아가 세계 속 서울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한다"며 "지역간 연계 뿐 아니라 시가지와 녹지, 아파트와 한강 등의 경계에서도 상생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최상위 법정계획인 서울플랜은 하위 계획에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서울시가 현재 치중하고 있는 도시재생이 2030 서울플랜과 잘 연계되고 있는지를 봐야한다"며 "재생지역 지정을 서울플랜 모니터링 성과지표를 참고해 설정하는 등 이들간 유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창흠 교수 역시 "도시계획이 형식적으로만 머물지 않으려면 작동되게 해야 하는데 실제 실행을 하려고 보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경우가 있다"며 "추상적 표현을 배제하고 명확하게 사실을 기반으로 한 문장이 만들어져야한다. 그래야 실제 현장 집행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상암·수색 등 중심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곳은 무엇이 문제인지 정교하게 봐야한다"며 "앞으로 20년 간 지금까지보다 큰 변화가 밀려올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을 예로 들면 GTX 개통, 자율주행차·드론 등장 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뉴타운 해제 이후 주거지 재편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야하는 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이들 지역이 다세대 주택으로 가득 차는 것이 우리가 그리는 서울의 미래인지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플랜을 '계획을 위한 계획'에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스템 또한 뒷받침 돼야 한다고 봤다. 김영욱 세종대 교수는 "도시계획이 시장 등 행정가가 바뀔 때마다 바뀐다든지 해선 안된다"며 "사업 변화가 계획 과정에 끼어들고 그게 도시 근간을 흔드는 식으로 계획이 가면 안된다. 기본적으로 도시가 가져야 할 목표와 가치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고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차장 문제는 주차문제뿐만 아니라 대중교통문제, 자전거, 보행로 등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이를 한 번에 살필 수 있도록 조직적인 대응을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변창흠 교수는 "이슈별 계획을 수립할 때 담당 팀을 서울시 각 실로 나눠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행을 위한 조직을 태스크포스(TF) 형태로 구성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을 통한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희 센터장은 "생활권 중심 계획이 현재의 서울시와 자치구 시스템에 맞는지 고민해야한다"며 "현장 단위 행정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삶의 질과 가치 향상을 위한 고민이 반영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김영욱 교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평가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 평가에서 서울은 수년째 59위 언저리에 정체돼 있다"며 "평가 기준은 시민이 느끼는 안전, 문화, 환경, 기반시설 같은 것인데 현재 도시계획 지표들이 이런 부분을 잘 반영하고 있는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계획이 양적인 것에 치중해있지만 질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차별없이 더불어 사는 사람 중심 도시' 같은 가치에 관한 걸 공간 계획에 어떻게 바꾸어 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희 센터장은 "10년 후 미래세대에게 뭘 남길까를 생각했을 땐 환경문제, 노후화된 하수시설 등 서울에 닥칠 미래 위기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시민생활 역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훈 교수는 "인구감소와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변화 등에 대해 기본 시나리오를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미래를 좀 더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했다.

한편 '시민참여'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김은희 센터장은 "시민참여에 대해 강박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며 "100명 혹은 1000명의 시민참여가 과연 1000만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양한 참여 방법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는 좋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꼭 시민참여를 통해 좋은 답을 얻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단 계획 수립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용어로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시민 또한 참여에는 의무가 따라야 하며 책임감 있게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욱 교수 역시 "시민 참여는 의미 있는 시작이었지만 시민도 때로는 지역 이기주의 등에 의해 특정 이해관계를 반영하기도 한다"며 "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용택 서울시 도시계획 과장은 "2030 서울플랜에서 그간의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시민 참여 등을 반영해 밑에서부터 위로 향하는 계획 방식을 택했는데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아쉬움이 남은 것도 사실"이라며 "20년 후를 내다봐야 하는 기본계획은 관리계획과 달리 시민생활에 덜 밀접한데 이같은 상황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고민 역시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은 "차기 서울플랜 재정비 시엔 4차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분권과 협치, 남북교류 확대 등의 이슈도 담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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