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태릉선수촌 개발 가능성 검토

배경환 2018. 11. 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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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주택공급 신규택지 대안의 하나로 태릉선수촌 부지가 주목 받고 있다. 태릉선수촌은 서울시가 지난 9ㆍ21 공급 대책 당시 내놓은 신규 택지 11곳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강북 일대 주민들 사이에 임대주택 공급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태릉선수촌 자체가 조선왕릉 내에 속해 있는데다 실질적 땅 소유주인 문화재청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실제 활용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태릉 빙상장ㆍ스케이트장 철거 및 관리방안'에 대한 용역에 나섰다. 1966년 6월 국가대표 훈련시설로 출범한 태릉선수촌은 지난해 9월 충북 진천으로 이전을 완료하며 국제스케이트장과 일부 관리 시설만이 남았다. 대한체육회 등이 상징성이 높은 일부 건물을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남겨달라고 요구했지만 숙소 3개동, 12개 훈련시설, 2개의 부대시설 중 3~4개 건물을 제외하면 나머지 건물들은 사실상 철거가 확정됐다. 이에 서울시는 태릉선수촌 내에서도 부지가 가장 큰 스케이트장과 바로 옆에 붙어있는 빙상장부터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스케이트장의 경우 수도권 내 유일한 400m 트랙이 있고 빙상장 역시 서울시내 하나 뿐인 컬링연습장이 있는 등 빙상의 인프라 제공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용역에 대한 정비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땅 소유주인 문화재청과 논의되지 않은 사안으로 부지 개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는 분석이다. 실제 서울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인한 재산권 및 자원이용권 제한 극복사례'를 찾아볼 것을 주문했다.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가 묻힌 태릉과 문정왕후 아들 명종과 인순왕후가 잠든 강릉 사이에 위치한 문화재터를 개발하는 예민한 사안으로 비슷한 개발 사례를 찾아 활용하기 위해서다. 향후 용역을 맡을 업체들은 선진국의 유사 극복사례까지 찾아야 한다.

최근 유네스코의 유산 등재 판단 경향도 분석하도록 했다. 문화재청은 2009년 조선왕릉을 세계유산에 등재할 때 능역 안에 있는 부적합 시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유네스코와 약속한 상태지만 서울시는 철거시 유산 등재의 필요 충분 조건을 분석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문화재터인 태릉선수촌 부지의 개발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 지역에 임대주택을 지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태릉선수촌과 일대 육사부지를 청년 및 저소득층 주거지로 활용해 달라는 의견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수도권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새로운 신도시 건설보다 국유지나 시유지를 택지 변경해 활용하는 게 더 수월하다는 논리다.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해 문화유산과 임대주택의 공존 방식이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해제 대신 신규 택지 등을 통해 5만4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서울시 역시 적극적으로 신규 부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태릉선수촌 내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역사적으로 보존의 가치가 필요하다는 용산공원처럼 태릉선수촌 역시 문화재터로 보존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등 일부 건물의 보존 가치는 인정하지만 문화재 내 주택개발은 검토 안건 자체가 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설상가상 태릉선수촌 부지와 함께 거론됐던 인근 육사부지 개발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육군사관학교 내부적으로 이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데다 설령 개발이 가능하더라도 이전부터 철거, 공급까지 최소 7~8년은 걸려 단기 공급지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 한복판에 태릉선수촌이나 육사부지와 같은 장점을 가진 공급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주택시장을 잡기 위한 대안책으로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좀더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판단해야 개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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