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권병윤 "내년 도심 차량 속도제한 50km 법제화 추진"

박민 2018. 11. 14. 04: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터뷰
도시부 속도 하향 '5030 프로젝트' 추진
차량 속도 10km만 줄여도 사고 20% 감소
'제2의 BMW 화재'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도심에서 차량 속도를 시속 10㎞만 줄여도 보행자 교통사고가 지금보다 약 20% 줄어들 수 있다”며 차량 속도 줄이기를 강조했다. 공단은 도심 내 차량 제한 속도를 시속 50㎞로 줄이기 위한 ‘도시부 속도 하향 5030’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덴마크는 도심 내 차량 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이자 사망사고와 부상사고가 각각 24%, 9% 줄었고 독일은 교통사고가 이전보다 20% 감소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의 교통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속도 줄이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전국 주요 도로의 차량 속도 제한을 50㎞로 줄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안으로 법제화 작업도 완료할 예정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양재동 공단 회의실에서 만난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 안전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차량 ‘속도 줄이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차량 속도 줄이기는 ‘안전띠 착용’와 ‘음주운전 단속’처럼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효과가 큰 정책이라는 것이다. 도심내 차량 속도를 10㎞만 줄여도 보행자 교통사고가 이전보다 약 20%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도심내 속도 하향 ‘5030’ 프로젝트

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1.1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9명을 기록해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보행자 사고는 10만명당 3.5명으로 OECD 평균 3배 이상 발생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현재 독일과 스웨덴 등 유럽 교통 안전 선진국의 도시부 제한 속도는 시속 50㎞ 이하이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도로가 시속 60㎞로 설정돼 있다”며 “근본적으로 차량 속도를 제한해야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도시부 속도 하향 5030 프로젝트’다. 이는 보조 간선도로, 보·차 분리된 왕복2차로 이상 도시부 도로는 현행 시속 60㎞ 이하에서 50㎞이하로 낮추고, 주택가 등 이면도로와 어린이보호구역 등은 시속 30㎞로 제한 속도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보행자 중심의 속도 관리체계다. 권 이사장은 “그간 차량 중심의 교통문화였다면 이제는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도 도로 정체가 심한 도심 내에서 속도를 낮춰 제한할 경우 전체 주행시간이 늘어나 교통 혼잡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공단이 지난 6월 서울 도심에서 평균 16.7㎞ 구간을 시속 50㎞로 주행하는 실험을 한 결과, 시속 60㎞로 주행했을 때와 소요시간 차이는 평균 2분에 불과했다.

권 이사장은 “서울 시내에서 제한속도가 60㎞일 때와 50㎞일 때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가 고작 2~3분”이라며 “결국 2분 빨리 가려다 사고가 나는 것이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도 제한이 전국의 모든 도로에서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연내 경찰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협업을 통해 전국 주요 도심의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구간 151개소를 선정해 이곳부터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권 이사장은 “내년 초 속도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하위법령 개정 등 법제화 작업도 마칠 것”이라며 “법제화가 완료된 후에는 속도제한 구역 내 경찰 단속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위 보행자 뿐 아니라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 운전자들의 안전사고 예방도 주요 과제다. 올 여름 폭염속 통학버스 어린이 질식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안심통학버스 서비스’를 개발해 지자체에 보급하고 있다. 이는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휴대용 장치 ‘비콘’을 지닌 어린이가 차량에서 승차 또는 하차 시 학부모에게 자동으로 문자가 발송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아이가 타고 있는 차량이 어디로 운행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운전자의 과속 등의 운전습관도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BMW 차량 화재 조사 발표 연말 예정… 추가 리콜 이끌어내

멀쩡한 차에서 잇따라 불이나 전 국민을 불안감에 떨게 했던 BMW 차량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공단의 임무다. 공단은 올 연말로 예정된 BMW 화재 원인 최종 발표를 앞두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발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권 이사장은 “공단 내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24시간 실험·조사를 하고 있다”며 “BMW사가 화재 원인으로 주장하는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 이외에도 다양한 화재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적인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은 그동안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합동조사단을 꾸려 BMW가 제출한 기술자료 분석, 엔진·실차시험 등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BMW 520d 등 10만여대 리콜에 이어 지난 10월 리콜 비(非)대상 차량이었던 BMW 118d의 추가 리콜(6만5763대)을 이끌어냈다. BMW 118d에서도 이전 화재차량과 동일한 ‘EGR 쿨러내 침전물 확인’, ‘흡기다기관 천공현상’ 현상을 발견해 공단이 BMW측에 문제 제기를 한데 따른 것이다

무엇보다 이달 초에는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이 BMW측이 주장한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바이패스’ 문제가 아니라 ‘EGR 밸브’ 문제라는 것을 밝혀냈다. 당초 BMW측이 분석한 화재 발생 조건에 없던 결함이어서 추가적인 대량 리콜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화재 원인과 추가 리콜의 적정성 여부 뿐만 아니라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공단은 제2의 BMW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제작 결함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권 이사장은 “이번 BMW화재 사태로 국민들에게 질타받았던 점이 진작에 왜 파악 못했느냐”였다며 “월 100만건에 달하는 자동차 무상점검 및 수리내역 자료들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사전에 제작 결함을 인지하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단은 자동차안전연구원을 부설 연구기관으로 재편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전문연구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박민 (parkm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