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어 서울도 분양원가 공개 확대..집값 떨어질까
원가 부풀리기 방지 vs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실효성 의문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분양원가 공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12개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내년부터 61개로 늘리기로 하면서 분양원가 공개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집값이 치솟으면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61개로 늘어나면 분양원가에 적정 이윤을 합친 분양가 거품이 줄어들고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받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칫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12개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내년부터 61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주택법 개정 당시 공개항목이 공공주택은 61개, 민간주택은 7개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공공주택 공개 항목을 12개로 축소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는 민간주택을 제외했다. 현재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는데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세세하게 알 수 없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1개 이상으로 확대하는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입법예고를 비롯한 절차에 따라서 빠르면 내년 1월에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비 항목을 좀더 세분화해 '원가 부풀리기'를 사전에 차단해 분양가를 낮추면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또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정부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공개 움직임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경기도는 지난 9월부터 도(직속기관 및 사업소)와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계약금 10억원 이상의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도·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또 경기도시공사와 민간건설업체가 함께 분양한 아파트의 건설공사 원가도 추가 공개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분양하는 공동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현행 12개에서 61개로 대폭 늘리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가 달갑지 않다.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칫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와 재건축 사업 등 민간사업은 원가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분양가격을 높게 받고 싶지만 분양가가 높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을 거부하는 등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를 높게 받기가 불가능하다마"며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재개발·재건축사업 역시 HUG에서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돼 '로또 아파트'로 불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를 더 낮춘다면 로또 아파트를 양산하게 된다"며 "당첨된 사람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아니라 차라리 개발 이익을 적정한 수준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거세다.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부는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넘어서 세부자료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원가 공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라며 "61개 항목공개와 더불어 실제 공사원가 자료에 기초한 공사비원가 산정의 근거 자료까지 상세하게 모두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분양원가공개 제도만 제대로 작동되면 집값 거품을 빼낼 수 있다. 그러나 분양원가공개 항목만 몇 개 확대하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설계·도급·원청 하청 비교표 등)를 가공하지 말고 그대로 공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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