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잃어버린 20년 후 일본에서 가장 많이 오른 부동산은?

민경진 2018. 11.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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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오사카·나고야 상업지 공시가 1.9% 상승
외국인 몰린 곳 강세..홋카이도 니세코 30%↑

[ 민경진 기자 ]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바라본 도쿄 시내 야경. 한경DB


일본 부동산시장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올해 일본 전국 평균 공시지가(1월1일 기준)가 0.7% 상승하면서 3년 연속 올랐다. 3년 연속 상승한 것은 버블 붕괴 직전이었던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자산 디플레이션이 끝나가고 있다고 반기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 회복 과정에서 어느 지역의 어떤 부동산이 가장 많이 올랐을까. 최근 일본 공시지가 움직임을 살펴보면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외국인 관광객 몰리는 곳 상업지 급등

우선 상업지역의 공시지가 상승이 눈에 띈다. 전국을 기준으로 보면 상업지 가격은 1.9% 상승했다. 주택지 가격 상승률은 0.3%에 그쳤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업지 상승률은 3.9%에 달했지만, 주택지 상승률은 0.7%에 그쳤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라고 일본 신문들은 풀이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명을 기록했다. 2011년만 해도 662만명에 불과했다. 매년 20%씩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연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들을 겨냥한 호텔 상업시설 리조트 건설 붐이 상업지 가격을 들어 올렸다. 도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활발한 재개발도 상업지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신문들은 전했다. 일본에선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오피스시장이 호황이다. 오피스가 부족해지자 도심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권보다 지방 중핵도시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오른 것도 특징이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대도시권보다 삿포로 센다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 4대 중핵도시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올랐다. 관광객들이 지방으로도 골고루 스며들고 있는 영향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지가 상승률 상위자리를 차지한 곳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들이다. 스키 리조트로 인기가 높은 홋카이도(北海道)의 니세코(ニセコ) 지구에선 상업지와 주택지 모두 30% 이상 급등하면서 일본 내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겨울에도 따뜻한 오키나와 나하(那覇)시의 주택지 가격은 20% 가까이 급등했다. 몇 년째 잠잠하다 주변 섬들의 상업지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시가키지마(石垣島)와 미야고시마(宮古島)의 중심가 땅값이 4~6% 가까이 올랐다. 한국인 온천·쇼핑 여행객이 많이 찾는 후쿠오카(福岡)시에서는 JR하카타(博多)역과 복합상업시설인 ‘캐널시티하카타’를 잇는 지역의 땅값이 19% 상승했다. 한국의 경주에 비교되는 교토 상업지역 공시지가 상승률은 도쿄 23구 상업지역 공시지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국토교통성은 “일본 열도의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오키나와(沖繩)현까지 방일 관광객 증가에 따른 파급 효과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관광청·코트라 제공


◆여전히 추락 중인 곳도 많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일본 부동산이 잘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상업지 공시지가가 오른 곳은 21곳이다. 주택지 공시지가가 오른 곳은 16곳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차별화가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등 대도시 외곽의 40년 이상 된 노후 공동주택 밀집지역 지가는 최근 10년간 9% 떨어졌다. 우리나라 대도시 외곽에 지어진 신도시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도쿄 등 도심의 역세권 집값이 급반등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람이 살기 불편할 정도로 노후화됐지만 수익성 부족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청년층은 일자리가 풍부해서, 고령층은 생활하기 편해서 도심으로 몰리고 있다”며 “인구감소·고령화 시대에도 대도시 역세권에 자리 잡고 있는 소형 아파트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말했다.

전국 빈집도 800만 채에 달한다. 심지어 도쿄 등 대도시 외곽에도 빈집이 생겨나고 있다. 주인 없는 땅은 서울의 67배에 육박한다. 후손들이 상속을 포기하면서 방치한 지 오래돼 주인을 알 수 없게 된 땅이다.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극심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해석한다.

◆국내서도 외국인 몰리는 곳 선점해야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전체 평균 공시지가가 올랐다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파워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 먹을 곳, 잘 곳, 살 곳 등에 대한 공간 수요도 그만큼 늘어난다”며 “해외 여행이 일상화되고 있어 한국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의 지가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땅값을 좌우하는 일들이 벌써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2011년 979만 명 수준에서 2016년 1700만 명으로 급증했을 때 제주와 서울 명동,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등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명동 4층짜리 건물의 한 달 임대료가 5억원을 가뿐히 넘었다. 홍대입구역, 공덕역, 서울역 등 인천공항철도 역세권은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다만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와 일본인 관광객 급감이 내수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대부분 광역 상권이 위축됐다. 대표 상권인 명동에선 건물 전체가 텅텅 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일본 사례에서 보듯 내국인의 빈자리를 외국인 관광객으로 채우면 인구 감소 시대에도 경기 침체와 자산 디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경제 정책의 중요 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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