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예정지, 3년 내 토지보상 안하면 지정 해제"

권소현 2018. 11. 29. 04: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년 조성 미뤄 일몰제 앞둔 지자체들
'사업 개시' 실시계획 인가만 내놓고
예산 확보 때까지 계속 연장 '꼼수'
땅 주인, 지정해제 땐 재산권 행사 가능
"일몰제 개시 2020년까지 도입해야"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정부가 도시공원 조성사업 개시 후 3년 내에 토지 보상에 나서지 않으면 도시공원 예정지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도시공원 예정부지로 지정해놓고도 20년간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곳은 예정지에서 해제하는 일몰제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 개시를 의미하는 실시계획 인가만 내놓고 사업을 진척시키지 않은 채 기간만 연장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같은 실시계획 실효제(失效制)는 국토계획법을 개정해야 가능한데 민생 현안이나 여야간 정쟁에 밀려 국회의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일몰제가 시행되는 2020년 7월 이전까지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도시공원 토지보상 3년 이내로 제한…넘기면 ‘해제’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공원 조성 실시계획을 인가할 때 토지 보상 기한을 3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중 의원 입법 형식으로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즉, 공원조성 실시계획을 인가한 후 3년 내에 토지 소유주에 대한 보상에 나서거나 수용재결(강제 소유권 이전)을 신청하는 등의 실제 사업행위를 하지 않으면 실시계획을 무효로 하는 ‘실시계획 실효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 시작을 의미하는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보상 기간을 넉넉하게 잡은 후 정해진 보상 기간이 지나도록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계속 연장하는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미집행 해소 차원도 있지만 일몰제 시행 이후에도 무분별한 도시계획시설 지정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예산을 명확하게 확보할 수 있는 사업만 추진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20년이 지난 장기미집행 시설에 대해 2020년 6월 말까지 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공원 예정부지에서 자동으로 해제되도록 한 제도다. 헌법재판소의 지난 1999년 판결에 따라 장기미집행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자체는 도심내 녹지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인 만큼 공원 조성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년 이상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장기미집행 공원은 403.9㎢로 여의도 면적(2.9㎢)의 139배에 달한다. 현재 공원으로 지정된 모든 토지를 보상 수용하는데 약 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도시공원 예정부지의 무더기 해제를 막기 위해 지자체가 일단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그 사이에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속 연장하는 방법으로 시간 벌기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실시계획 승인 후 사업기간이나 연장 횟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장기미집행 일몰제는 실시계획 인가 하나로 무력화될 수 있다”며 “지자체가 만약 이같은 꼼수를 남발하면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토지 소유자들은 기약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원입법으로 12월 발의… 국회 처리과정 관건

국토부가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실시계획 실효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반발은 크지 않다. 재산권 보호와 일몰제의 행정적 효력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여기에 지난 4월 국토부가 도시공원을 꼭 조성해야 하는 곳은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예산이 부족해 공원예정지 해제가 불가피한 지역은 난개발을 막기 위한 관리 방안 등 지원책도 마련한 상황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도시계획시설을 원래 계획대로 활용하는 것에 지나치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며 “장기미집행 시설을 1~2년 연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부분만 수용하는 구도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동안 장기미집행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던 토지 소유주들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미집행 상태로 20년을 기다린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2020년 7월 이후 3년 안에 토지 보상을 받거나 아니면 공원 예정지에서 해제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줄어든 셈”며 “그나마 마냥 지연되던 시기에 비해서는 토지 보상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계획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관건이다. 국토부는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만 세우고 아직 어느 의원을 통해서 발의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시급한 민생 현안이나 여야 갈등에 밀려 국회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12월 중에 의원발의를 통해 상정할 계획인데 국회에서 여러 변수로 추진이 안된다고 하면 이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며 “입법 추진과 별도로 도시공원 실시계획 인가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에 기한 내 보상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시공원 일몰제 종합대책을 내놓은 부산시청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공원 조성 보상에 기한을 두지 않으면 일몰제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행정 편의만 따질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국토계획법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