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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혼합으로 잇따른 주민 갈등
강남권 등 부촌일수록 부작용 더 커
분양-임대주택 형식적 섞어짓기 대신
임대에 특화된 부대·복리시설 제공해야
[서울경제] 기자가 예전 점심시간에 산책 삼아 걷던 서울 도심 인근 산자락에는 입주한 지 10년 남짓 된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500가구가 넘는 이 단지 맨 아랫 자락에 위치하 동(棟)은 단지 내 다른 동과는 출입구가 다릅니다. 심지어 다른 동과는 아예 벽으로 막혀 있어 오갈 수도 없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마치 별개의 아파트단지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이유를 알아보니 해당 동이 임대주택이기 때문이랍니다. 애초 시공 과정에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분리하도록 설계한 것이죠.

소셜 믹스(Social Mix). 말 그대로 사회적 혼합으로, 부동산에서는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함께 조성해 사회·경제적인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이같은 취지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3년 소셜믹스 정책을 본격 도입한 이후 꾸준히 이를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정부는 신혼희망타운 15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져 사는 ‘소셜믹스’ 차원에서 분양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을 한 단지내에 혼합해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지 내에 전체 가구 수의 3분의1 가량을 장기임대인 행복주택과 국민임대주택 등으로 공급하되, 한 건물에 임대와 분양주택을 섞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자는 소셜믹스의 양적확대 못지 않게 15년 이상 추진된 이 정책의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훌륭한 정책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이 성공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소셜믹스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섞어 지은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단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주민의사 결정과 단지 운영 등 크고 작은 일들로 분양주택 입주자와 임대주택 입주자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데다 주민 간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셜믹스 방식으로 지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에서는 분양-임대주택 입주자 사이의 갈등은 일상적입니다. 단지 내에 주민들이 임의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놓고 견원지간이 된 곳도 부지기수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것이 현실입니다. 단지 옆에 혐오시설도 아닌 독신직장인·학생 등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에도 거부감을 갖는데 같은 단지 내에 이질적인 계층이 한데 공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실제로 강남권 등 이른바 부촌일수록 이런 갈등은 더 심각하게 나타납니다. 공사가 한창인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단지 바로 옆에 12인 가구가 거주하는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입주예정자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분당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서현동 일대에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주택지구 조성계획이 해당 토지소유주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친 상황입니다.

이때문에 ‘물리적 혼합’ 위주의 기존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소셜믹스 단지에 특화된 주민 의사결정 규약이나 갈등 조정기구 마련입니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이나 서민 위주에서 탈피해 다양한 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임대주택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임대-분양주택을 무리하게 함께 배치하기 보다는 임대주택단지에 일반 분양단지 못지 않은 다양한 생활복리·부대시설을 조성해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임대주택의 주거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차라리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섞여 지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우며 한데 어울려 지내는 진짜 공존(共存)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정두환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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