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태풍의 눈' 된 GTX

김수현 기자 2018. 12. 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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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부동산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됐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한 여파로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파급 효과가 큰 교통망 확충 계획이 연달아 발표되다보니 수혜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유포되는가 하면 자기가 사는 동네에도 철도를 놓아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조선일보DB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 수원~양주를 잇는 GTX C노선 74.2㎞ 건설사업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이어 12일에는 GTX A노선(파주 운정~화성 동탄) 83.1㎞ 사업에 대한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협약안이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었다.사업실시계획 승인까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연내 착공도 가능할 전망이다.

GTX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매도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도를 보류하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양주시 덕정동의 A 공인중개사는 "덕정역과 가까운 단지의 경우 발표 이후 호가를 1000만원 정도 올리는 집주인들이 생겼고, 시세 문의도 갑자기 늘었다"고 말했다.

금정역 근처도 비슷한 상황이다. 인근 B공인 대표는 "당장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선 발표 전에 이미 시세가 많이 올라 ‘힐스테이트 금정역’ 전용 84㎡ 일부 분양권은 많게는 1억원 이상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고 5000만원 이하 물건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별다른 호재가 없던 부동산 시장에서 대형 뉴스가 터져 나오다 보니 실제 개발 진행 상황과는 무관한 GTX 관련 뉴스도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고남석 인천 연수구청장 이름으로 GTX B노선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는 내용을 담은 가짜 문자 메시지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유포됐다. 이 노선이 지나가는 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일대는 개발 기대감에 술렁였다. B노선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D노선을 개통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GTX-D 노선 신설 요청’이라는 글에서 청원인은 "한강 아래쪽을 가로로 잇는 노선만 없고, 9호선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옥철’이라 불린다"면서 "김포를 출발해, 마곡과 여의도를 거쳐 이천까지 연결하는 노선 신설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12일 올라온 이 글에는 17일 기준 2517명이 동의했다.

GTX 관련 소식이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은 GTX 개통이 지역 부동산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평균 시속 100㎞, 최대 시속 200㎞로 주파하는 GTX는 노선 인근 지역의 입지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각지에는 1·2기 신도시가 포진해 있다. 상당수가 교통망이 부족해 지역 주민들이 출퇴근에 불편을 겪는다.

GTX의 주요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양주 덕정의 경우 지금은 서울 삼성역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리지만, C노선이 개통되면 약 23분으로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일산에서 삼성까지도 현재 1시간 20분에서 A노선 개통 후 20분 정도면 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집값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규제가 있어 수혜지라 하더라도 당장 매매가 쉽지 않고, A노선 정도만 연내에 착공할 수 있을 뿐 다른 노선은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의 경우 최근까지 공급이 워낙 많이 이뤄져 매물이 많이 쌓여있기도 하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는 "GTX가 지역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 변수긴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고 현재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갖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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