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동산도 공급 앞에 장사없더라

이송원 기자 2019. 1. 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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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집값 3.3% 내려.. 9년만에 최대 낙폭

미국 뉴욕 맨해튼 부촌(富村) 트라이베카에 있는 방 3개짜리 아파트가 이달 409만달러(약 45억6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지난해 435만달러에 이 아파트를 매입한 집주인은 3개월 전 465만달러(약 51억9000만원)에 집을 내놨지만, 3개월이 넘도록 집이 팔리지 않자 호가를 낮춘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열기로 주택 공급이 늘어난 맨해튼에서는 최근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부동산 정보사이트 '스트리트이지(StreetEasy)'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만 1400가구의 새 집이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 나오며 전체 주택 매물이 1년 전보다 18% 늘었다. 집이 넘쳐나면서 맨해튼의 아파트,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등 모든 종류의 주택 평균 가격(110만달러)은 1년 전에 비해 3.3% 떨어졌다. 2009년 2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 세계 주택 경기 냉각… 위축된 수요에 신규 주택 공급 증가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주택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주택 구매 열기가 차갑게 식은 상황에서 최근 신규 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나며 찬물을 끼얹은 여파다.

집값이 치솟던 홍콩 주택 시장도 공급 증가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홍콩 주택가격 지수는 3.5%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달 기준으로 가장 많이 내렸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랑라살(JLL) 관계자는 "지난 10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주택 시장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많이 내놓은 이후부터 집값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7월 정점을 찍은 홍콩 집값은 그 이후부터 7.2% 내려앉은 상태다.

중국 다른 도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의 기존 주택 평균 매매가는 전월 대비 0.4%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출 규제 등을 도입한 데다, 지난 3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탄 주택 건설 붐으로 인해 새 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전체 도시 주택의 약 5가구 중 한 가구가 빈집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집값 6년 만에 하락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조사 대상인 57개국 가운데 호주·핀란드 등 8개 나라에서 집값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스웨덴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년 전만 해도 연간 11%씩 집값이 치솟았지만, 지난 3분기 기준으로 1년 전보다 집값이 1.4% 하락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새 아파트 공급 증가가 상황을 반전시킨 주요 요인이다. 호주에서도 시드니와 멜버른의 집값이 지난해 11월 전달보다 각각 1.4%, 1% 하락하면서 호주 전역 집값이 0.7% 떨어졌다. 월간 변동률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케이트 에버레트 앨런 나이트프랭크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규제, 금융 비용 증가, 주택 공급 증가, 무역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등의 원인으로 인해 내년에는 고급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도 전세계 흐름 피하기 어려울 것" 국내 주택 시장도 이 같은 흐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글로벌 도시 주택 가격이 지난 8월 이후 모두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상대적 강세를 유지하던 서울 집값도 거시경제의 어려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누적된 아파트 공급 부족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서울 집값을 다시 타오르게 할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은 "뉴타운 해제 등으로 인해 최근 6년간 서울에서 5만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수요보다 부족한 상황"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완화로 인해 서울 아파트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중장기적인 수급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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