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2024. 4. 1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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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20년 넘은 서울 아파트, 100만가구 돌파…60% 차지
美 베이비붐 세대, 수리도 이주도 안 해…2030, 거주환경 열악
정비사업 지지부진 계속되면, 수리된 아파트·비아파트 수요 증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아파트의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입주한지 20년이 경과한 아파트가 드디어 100만가구를 돌파했습니다. 부동산R114자료에 의하면 서울에서 입주한지 20년이 초과된 아파트는 전체 아파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릅니다. 이는 전국 노후아파트 비중 52.12%를 훨씬 웃도는 수준입니다. 10가구 중 6가구가 지은지 20년이 넘는 노후아파트라는 겁니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합니다. 그러니 아파트 노후화가 최근 10년동안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앞으로의 신규 주택 공급도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실적이 크게 줄어 이런 공급부족 현상은 당분간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독주택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2030세대 주택 구매자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신의 부동산을 리모델링하지 않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값비싼 개조 및 수리 비용을 자신의 세대에게 물려줄 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다운사이징(주택규모 축소)을 선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 중 68%가 30년 이상 같은 집에서 살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 그룹에 속하는 주택 소유자들은 집을 리모델링한 적이 없고 주요 가전제품을 교체한 사실도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합니다.

출처: “2024년 주택소유 세대격차 보고서(2024 Generational Divide in Homeownership Report)” Leaf Home/Morning Consult


미국의 부동산중개 플랫폼인 레드핀(Redfin)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베이비부머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두 배나 많은 대형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각각 28% 대 14%라고 합니다. 일부 밀레니얼 세대는 늘어나는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더 큰 주택을 구하기 위해 대기하는 중입니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기존 집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다"며 "주택의 세대간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는 다른 주택 소유자들과 마찬가지로 주택을 팔 이유를 느끼지 못합니다. 일부는 매우 낮은 모기지 금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일부는 자산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노후화된 주택재고는 수년간 지적되어온 문제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역사적인 재고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시장에 노후주택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지역사회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에 따르면 주택 소유주가 거주하는 주택의 평균 연령은 40년이랍니다. 소유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절반 미만이 1980년 이전에 건축되었습니다. 약 35%는 1970년 이전에 건축됐습니다. 주택의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낡은 재고물량이 주택시장의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연구원들은 경고합니다.


단독주택과 다르게 아파트의 노후화는 개조나 수리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과 같이 소유주의 손 바뀜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완전히 탈바꿈하지 않으면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됩니다. 따라서 노후아파트가 미치는 주택시장의 영향은 미국의 노후주택 문제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노후아파트가 늘어나고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요만 늘게 됩니다. 입주한 지 5년 이내의 아파트가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되고, 분양권 거래 또한 늘어날 겁니다. 특히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으로는 줄기 시작한 인허가나 착공 물량을 다시 증가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비교적 가성비가 높은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내에서는 이런 아파트를 찾기가 계속 어려울 겁니다. 대체상품인 비아파트(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에 대한 수요도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근 주택거래시장에서 과거와 다른 점은 내부수리를 한 아파트의 인기가 높다는 점입니다. 반면 비교적 연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수리가 되지 않은 아파트는 인기가 없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의 신축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구축 중에서도 깔끔한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아무리 리모델링을 통해 집을 대폭 수리를 했더라도 이런 비용이 매매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비용이 매매가격에 반영되면서 거래 또한 훨씬 더 쉬워지고 있습니다. 내부수리를 한 아파트가 환금성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내부를 리모델링해야 주택의 사용가치 뿐만 아니라 교환가치 또한 높일 수 있습니다. 아파트의 노후화 문제. 당분간 당연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이라도 주의 깊게 살펴야 주택시장의 큰 축인 공급문제를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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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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