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계속되자 건설사들, 전기차 충전으로 활로 찾는 이유

신수지 기자 2024. 4.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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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 신사업 주목
현대건설의 '전기차 충전 스마트 설루션'에 따라 충전 인프라가 대거 확충된 아파트 주차장 개념도. 아파트 입주 이후에도 추가 공사 없이 원하는 위치에 전기차 충전기를 증설할 수 있다. /현대건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경북 포항의 ‘한화 포레나 포항’ 지하 주차장 천장에는 전기차 충전기 20기가 달려 있다. 입주민이 키오스크에 충전 카드를 대면 천장에서 충전용 케이블이 자동으로 내려오고, 커넥터를 차량에 연결해 충전을 마치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충전기 하나로 전기차 3대까지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총 60대 동시 충전이 가능하다. 한화 건설 부문과 LG유플러스가 지난해 공동 개발한 국내 첫 천장형 전기차 충전 시스템 ‘포레나 EV 에어스테이션’이 처음 적용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기존 주차 공간을 줄이지 않고 설치할 수 있어 주차 공간 부족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으로 전기차 인프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가 50만대를 넘은 상황에서 효율적인 충전 인프라부터 전기차 화재 진압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내년부터 1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을 물게 된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이 가능할 경우 기존 주택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픽=김현국

◇전기차 충전부터 화재 진압까지

현대건설은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용 전력 인프라를 자유롭게 확충할 수 있는 통합 설루션(solution)을 마련했다. 준공 이후에도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쉽게 늘릴 수 있도록 아파트 단지를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대규모 추가 공사 없이 원하는 곳에 전기차 충전기용 케이블을 증설할 수 있도록 ‘광폭 케이블 덕트’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 충전기를 늘릴 때 추가로 전력 공사가 필요 없도록 ‘스마트 배전반’도 설치한다. 현대건설은 내년 준공 예정인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부터 이 설루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2020년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든 현대엔지니어링은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전기차 충전소 3500여 기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운영 규모를 7000여 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시설 운영 사업자로서 관련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사업 분야로 진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DL이앤씨는 부산의 선박 기자재 전문 기업 탱크테크와 함께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위치로 장비를 이동시킨 뒤, 전기차 배터리팩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곧바로 물을 분사해 10분 만에 불을 끈다. DL이앤씨는 이 시스템을 e편한세상 아파트 현장에 시범 적용하고, 향후 일반 건축물, 관공서 등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충전기 설치 의무화에 시장 선점 경쟁

건설사들이 전기차 인프라 사업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은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수는 54만3900대로 전년 대비 39.5% 늘었지만,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28만8141기에 불과하다. 전기차 1.9대당 충전기 1대가 설치된 수준이다. 게다가 급속 충전기(3만4402기)는 전체 충전기의 12%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 목표에 맞춰 충전기를 123만기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 2022년부터 100세대 이상 신축 아파트는 총 주차면 수의 5% 이상, 기존에 지어진 아파트는 2% 이상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아파트는 내년 1월부터 매년 최대 30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내야 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비해 인프라 확충이 더디고, 충전 시설의 경우 한번 설치하면 유지·보수까지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자체 충전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 주택 사업을 수주하거나 일반에 분양할 때도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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