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7% 급등에 건설사 엇갈린 희비… 현대·포스코 웃었다

이준우 기자 2024. 4. 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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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640억원대, 포스코이앤씨 470억원대 환차익 전망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7% 가까운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주요 국내 건설사들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환차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에 변동이 생기면 회사가 해외에 보유한 자산·부채 평가액이 변하기 때문에, 해외 자산이 많은 건설사들은 달러 가치가 오를 경우 자산 상승 효과를 보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탈피해 해외 사업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다.

남산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 모습/연합뉴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7원 오른 1376.2원에 장을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말 종가(1288.0원)보다 6.8% 상승한 수치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시장 전망보다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환율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환율이 오르며 해외 자산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들의 환차익도 늘어났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건설사 9곳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의 환차익을 단순 추정한 결과, 현대건설(641억836만원)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볼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이달 초 공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하다는 가정하에 ‘달러 환율이 2023년 말보다 10% 상승하는 경우 942억7700만원의 순자산 증가 효과가 있다’고 공시했다. 이를 올해 상승률(6.8%)에 적용하면 현시점 기준으로 법인세 차감 전 세전이익이 641억836만원 오른 효과가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50억 달러 규모)를 수주하고, 사우디 북서부에 미래 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일부(5억 달러 규모)를 수주하는 등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환율 상승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달러 가치 상승분을 반영한 포스코이앤씨의 해외자산 상승분 추정액은 478억7812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DL이앤씨(344억4716만원), 대우건설(194억7928만원), 롯데건설(98억8648만원), 현대엔지니어링(44억2612만), 호반건설(9452만) 등 주요 건설사들이 환차익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GS건설(-619억1808만원)과 SK에코플랜트(-190억260만원)는 환율 상승에 순자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가 갖고 있는 외화 자산보다 외화 부채가 더 크기 때문이다.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외화 자산(연결기준)은 6억5235만달러인데 반해, 외화 부채는 이보다 많은 12억9767만달러다. GS건설 관계자는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회사가 많다보니 현지에서 사업을 하며 조달한 차입금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환헤지 등으로 환율 변동에 따르는 손실 위험을 줄이고 있다. 환헤지는 환율 상승기 환차익에 대한 기회비용을 포기하면서 금융권과 체결하는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가령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때 1억달러 규모의 수주 대금을 받았다면 선물환 계약을 맺어 원화 환산 금액을 고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환율이 1400원까지 급등하든 반대로 900원으로 떨어지든 원화 환산 수주금액은 1000억원으로 고정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해외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할 땐 환헤지를 해놓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해 실제 발생하는 손익은 보고서 상 수치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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