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양동 CJ 부지, 5년 공회전에 年이자만 1000억대···"용도변경해도 매각 힘들 듯"

박형윤 기자 2024. 4. 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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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동 CJ부지 개발 좌초]
◆ 무산된 '제2 코엑스' 개발
강서구 인허가 지연에 리스크 커져
인창개발 지난해만 2900억 손실
회계법인 "기업 존속 가능성 의문"
지산센터 공급 과잉···수익성 낮아
분양 완판해도 자금회수 장담 못해
[서울경제]

인창개발이 CJ 가양동 부지 매각 검토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이자 지출에 비해 기대되는 분양 수익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CJ 가양동 부지 개발의 핵심 시설이 지식산업센터인 가운데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공급된 지식산업센터가 미분양 등으로 경매로 넘어가는 등 사업을 지속할 환경과 명분이 약화됐다. 여기에 분양 ‘완판’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공사비가 상승해 수익성이 낮아져 자금 회수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지 매각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창개발은 2019년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1조 500억 원에 부지를 낙찰 받은 후 토지 매입 비용과 초기 사업비 명목으로 1조 6000억 원가량의 브리지론을 일으켰다. 하지만 5년 가까이 사업이 공회전되면서 막대한 이자만 부담하고 있다. 인창개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창개발은 CJ 가양동 부지를 포함한 토지 구입을 위해 일으킨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1116억 원(2023년 기준)을 부담했다. 금리도 상승해 2020년 254억 원에서 △2021년 261억 원 △2022년 781억 원 등으로 해마다 불어났다. 이에 지난해 인창개발은 291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인창개발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정현회계법인은 “인창개발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조 8556억 원을 초과하는 등 기업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상황”이라며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강서구 등 지자체가 인허가를 지연해 착공 시기를 늦춘 점도 사업의 리스크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창개발이 2021년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승인, 2022년 건축협정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던 중 강서구청은 지난해 2월 돌연 인가를 취소했다. 김태우 당시 강서구청장이 담당자 전결 및 소방 관련 부서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면서다. 당시 강서구청은 “건축협정인가가 접수됐을 때 허가권자인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내부 회의도 없이 담당 사무관 전결로 처리해 검토하지 못했다”며 “이후 안전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협정인가를 취소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강서구청이 막대한 기부채납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강서구청의 결정에 불복한 인창개발은 소송전도 불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구청장이 교체되자 소송을 취하했다. 새로 취임한 진교훈 구청장이 지난해 10월 CJ 공장 부지 2블록 개발을 ‘1호 결재’로 선택한 데 이어 올해 1·3블록 개발 허가까지 마쳤지만 그 기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위기설이 건설 업계 전반을 덮치는 등 업황은 악화됐다.

CJ 가양동 부지 개발의 메인 사업인 지식산업센터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급감한 것도 부지 매각을 검토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률 급증 등으로 인해 경매에 넘어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경매 건수는 2022년 403건에서 2023년 688건으로 증가했지만 수요가 없어 낙찰률은 2022년 45.2%에서 2023년 28.9%로 수직 하강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이뤄진 지식산업센터 거래액은 4720억 원으로 2020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CJ 가양동 부지는 9호선 양천향교역과 지하역사로 연결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강서구 지식산업센터 분양가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컸으나 고금리가 지속되고 인근 마곡 강서구 지식산업센터조차 매매가가 하락하고 있어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부지 매각에 나선다 하더라도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뿐 아니라 오피스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를 다시 사들일 시행사 등이 당장은 나타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익성이 큰 주거 시설로 용도 변경을 하더라도 인근 부동산 시세 등을 면밀하게 따져 볼 것”이라며 “CJ 가양동 부지는 아파트 부지로 크지 않은 상황인데 공사비까지 올라 매각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창개발 측은 이에 대해 “가양동 부지의 매각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 없다”면서 “오는 8월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착공을 위한 인허가 작업 역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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