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종로 상가, 13차례 유찰돼 '988만원'에 팔렸다

정영희 기자 2024. 4. 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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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자 눈앞 캄캄(2)] '알짜' 단지 내 상가 찬바람… 경매 투자자도 외면
[편집자주] 은퇴 세대의 수익형 투자이자 자산가들에겐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세하는 재테크 수단이던 상업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정부의 실수요자 특례 대출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상업시설은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도 물가 폭등의 영향으로 외식·쇼핑을 줄이는 불황형 소비 현상이 심화됐다. 하지만 높은 금융비용으로 월세 등 임대료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투자비용은 상승하고 소비는 위축되며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상가마저 외면받는 사태에 이르렀다.

2021년 하반기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특례 보금자리론 등 아파트 규제완화를 지원하고 비아파트 자산과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1) 불황형 소비시대… 상가 분양 계약자 '비상'
(2) 종로 상가, 13차례 유찰돼 '988만원'에 팔렸다
(3) [르포] 입주 3개월 지나도 '유령 신도시'


집값 상승기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각광 받던 상가가 무너졌다. 2021년 하반기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특례 보금자리론 등 아파트 규제완화를 지원하고 비아파트 자산과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은퇴세대 자산관리의 수단이자 소비활동의 결과물인 상권 시장이 공실 문제를 넘어 경매 지표도 심각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바닥 친 상권 투자 수익률… 투자자 속 탄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 상가의 투자 수익률은 3.18%로 전년 대비 2.36%포인트(p) 내렸다. 같은 기간 소규모(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상가와 집합상가 투자 수익률은 각각 2.20%포인트와 1.70%포인트 내린 2.80%, 3.96%를 기록했다.

빈 점포도 늘고 있다. 2022년 13.2%였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3.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6.9%에서 7.3%로 뛰었다. 집합상가 공실률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9.9%에 머물렀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에도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고금리·고물가에 다른 영업비용이 증가하며 매출 감소와 상가 공실이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세종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가장 높은 23.0%를 기록했다. 울산(20.1%) 광주(17.6%) 대전(16.4%) 대구(15.9)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평균 8.4%를 기록했고 경기(10.6%) 인천(13.6%)도 10%를 넘었다. 수도권 상가 10곳 중 1곳에는 '임대 문의'가 걸린 셈이다.

서울에선 대학가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눈에 띈다. 올해 1분기 신촌·이대 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3%로 전국 평균보다 3배 높았다. 2015년 2분기부터 2년 이상 공실률 0%대를 유지했던 것과 상반된다. 홍대·합정 일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도 9.8%에 달했다.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점포들이 문을 닫아버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신촌·이대와 홍대·합정의 소규모 상가 환산 임대료는 ㎡당 각각 4만7500원과 6만6600원을 기록했다.


강남 대형 단지 빈 점포 '수두룩'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단지 내 상가는 안정적인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수익률이 좋은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증가하며 분양가가 폭등하자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고금리 여파마저 더해져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상가는 일반분양 160호실 이상이 조성됐으나 지난해 8월 입주 이후 이달 초까지 공실에 시달렸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이 가깝다는 장점에도 상권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가 매입업체는 지난해 11월 조합 측에 잔금 납부 예정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 입주한 '송파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도 입주 5년이 넘도록 공실 상가가 남았다. 조합은 지난해 5차례에 걸쳐 보류지 매각 공고를 게시해 지속해서 가격을 내렸다.

강남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주공4단지 재건축)는 올 2월 분양대행사를 통해 미분양 상가 16호실(분양가 246억7431만원)의 통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분양대행사를 구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조합은 지난해 4월과 12월 분양대행사 선정에 나섰으나 참여 업체가 없었다.

서울 명동 상권 /사진=이미지투데이


전국 상가 10건 중 8건 '유찰'


경매시장으로 대거 쏟아져나온 상가마저 외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국에서 진행된 업무·상업시설 경매는 3464건으로 전년 동기(2023건) 대비 71.2% 급증했다. 낙찰률은 20.1%로 3.6%포인트(p) 하락했다.

2019년 1월~2023년 10월 월 1000~2000건을 유지하던 전국 상가 경매 건수는 지난해 11월(3050건) 처음으로 3000건을 돌파했다. 올해는 매달 3000건 이상을 기록해 1분기 평균 4000건에 달했다.

집합상가의 일종인 테마상가의 가치 하락도 눈에 띈다. 주택시장 호황기에 대체 투자처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동대문패션TV(현 롯데피트인 동대문) 쇼핑몰은 7건의 경매가 진행됐고 최대 8회까지 유찰이 이어진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해당 점포는 전용 1.5㎡ 기준 318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금액은 감정가(1억9000만원)의 16.8%에 그쳤다.

감정가 10% 이하에 낙찰된 '초악성 매물'도 등장했다. 서울 종로구 효성주얼리시티 지하 1층 상가의 경우 감정가 1억5200만원에서 13차례 유찰 끝에 988만원에 팔렸다.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지하 2층 A상가(2.2㎡)와 B상가(2.1㎡)는 7번째 경매에서 각각 감정가의 23.6%, 22.3%에 낙찰됐다.

테크노마트와 동대문 쇼핑몰과 같은 테마상가는 '업종 제한'으로 인해 낙찰 후 활용도가 낮은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예컨대 식당 층은 임차할 수 있는 메뉴(커피·중식·일식·분식 등)를 기재해 중복 업종을 금지하기 때문에 경매시장에 나와도 찬밥 신세가 되기 쉽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상가 전체를 새 용도로 변경하거나 테마상가를 조성하는 등 전체 소유자들이 합의해야 하는데 상권이 침체돼 있다 보니 상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와 대출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는 상가 시장의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경기 부진으로 소비 확대에 한계가 있는 데다 자영업 경영 악화로 임대료 인상도 쉽지 않다"며 "안정된 상권 내 우량 상가에 투자 쏠림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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