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르포] 입주 3개월 지나도 '유령 신도시'

김노향 기자 2024. 4. 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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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투자자 눈앞 캄캄(3)] 전용 37㎡ 월세 200만원·권리금 9000만원
[편집자주] 은퇴 세대의 수익형 투자이자 자산가들에겐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세하는 재테크 수단이던 상업시설에 비상이 걸렸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정부의 실수요자 특례 대출에 힘입어 가격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상업시설은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도 물가 폭등의 영향으로 외식·쇼핑을 줄이는 불황형 소비 현상이 심화됐다. 하지만 높은 금융비용으로 월세 등 임대료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투자비용은 상승하고 소비는 위축되며 경매시장에 등장하는 상가마저 외면받는 사태에 이르렀다.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에 올 1월 준공한 오피스텔 내 상가 /사진=김노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불황형 소비시대… 상가 분양 계약자 '비상'
(2) 종로 상가, 13차례 유찰돼 '988만원'에 팔렸다
(3) [르포] 입주 3개월 지나도 '유령 신도시'


서울 도심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1시간 10분가량 걸려 도착한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283가구, 오피스텔 447실 규모 중 올 1월 준공(입주)한 오피스텔은 건물 벽에 '상업시설 분양·임대. 전 호실 마스터리스 5.8% 수익 보장'을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마스터리스는 '통임대 후 재임대'를 뜻하는 부동산 용어다. 부동산업체가 건물을 통째로 빌려 자영업자 등에게 월세를 받고 운영수익을 내 건물주와 분배하는 방식이다. 오피스텔 공사 완료 3개월여가 지났지만 1층 상가는 텅 비었고 평일 낮 시간임을 감안해도 길을 지나는 행인은 한두 명이 다였다. 도로 건너편 공사 중인 아파트 바깥벽에도 '어려울 때 빛나는 연금 같은 투자'라는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검단신도시는 인천광역시 서구 당하·마전·불로·원당동 일원의 공공·민간주택지구로 2009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 완성형 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 대비 상권과 교육, 대중교통 인프라는 취약해 삶의 질 상승이 시급한 개선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준공 2~3년차 대단지들도 신규 단지보다 상황이 조금 나을 뿐 공실 문제는 여전했다. 2021년 입주한 '검단신도시 푸르지오 더베뉴'(1540가구)는 단지 내 상업사실에 마트·학원·세탁 업소 등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1~2층 공실이 눈에 띄었다. '상가 임대 문의'를 알리는 게시물이 곳곳에 붙어 있다.

2022년 입주한 맞은편의 '검단신도시 파라곤 보타닉파크'(887가구)는 공실 수가 더 많았다. 1층 상가 상당수가 비어 있고 임대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화려한 건물의 위용과 대조를 이뤘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1층 임대 시세는 전용 37㎡ 기준 보증금 3000만원·월세 200만원 안팎에 형성됐다. 세입자와 동시 매수하는 갭투자 시세는 동일 면적 기준 4억3500만원으로 수익률이 5.18%라고 광고되고 있었다. 권리금은 900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됐다.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신도시 2022년 입주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사진=김노향 기자
이 같은 수익형 부동산의 침체는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투자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비용을 따라 임대료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고 외식·쇼핑 등 소비활동의 위축으로 자영업자 매출·영업이익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2023년 수익률은 ▲집합 상가(5.66%→3.96%) ▲중대형 상가(5.54%→3.18%) ▲소규모 상가(5.00%→2.80%) 등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상가 투자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분양 계약자의 채무불이행 등 부채 문제를 넘어 상권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 연쇄 도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분양가가 높은 시점에 대출을 받아 상가 투자를 했다가 고금리로 금융비용 감당이 어려워지고 설상가상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내몰린 경우가 많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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